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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쑥' 혈압은 '뚝' 텃밭 가꾸는 게 명약

'가드닝 세러피'의 효과

텃밭은 도심에서 잊혀진 향수를 자극한다. 촉촉한 흙과 따뜻한 햇빛, 시원한 바람은 절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땀 흘려 키운 작물은 수확의 기쁨과 성취감도 선사한다. 특히 텃밭은 때때로 놀라운 치유 기능을 발휘한다. 만성질환자의 맞춤운동 처방전이자 은퇴 노인의 상실감을 털어낼 좋은 반려자다. 아이에게는 산 교과서이며, 암환자에게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되새기는 희망 같은 존재다. 도심 속 텃밭 열풍에 숨겨진 ‘가드닝 세러피(Gardening Therapy)’의 효과를 찾아봤다.

김선영 기자

백모(72.여)씨는 요즘 텃밭 일구는 재미에 산다. 고추.깻잎.상추.파.여주 같은 각종 신선한 채소를 손수 기른다. 마치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다. 땀 흘리며 키운 채소를 가족과 나눠 먹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텃밭으로 향하는 백씨는 사실 우울증 환자였다. 1년 전만 해도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백씨는 "우울증이 찾아와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다"며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며 삶의 재미와 기쁨을 되찾았다. 텃밭은 매일 와도 또 오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바쁜 도심 속에서 현대인들은 왜 '텃밭'에 주목하는 것일까.



암 치료와 폐경기를 동시에 겪는 40~50대 환자는 신체 기능 약화와 함께 심각한 불안.초조.불면증.우울증에 시달린다. 텃밭 활동을 체험하게되면 성취감이 크고 작물을 가꾸는 과정에서 삶의 열정을 되찾는다.

텃밭 활동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겪으며 약해진 체력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텃밭 활동 치료는 여성암 환자의 진정한 사회 복귀를 돕는다. 진료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땅 파기, 잡초 뽑기, 파종하기, 수확하기, 물주기 같은 텃밭 일은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유도한다.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하모(62)씨의 사례가 그렇다. 텃밭 일을 운동삼아 하고 있다. 만성질환자에게 운동이 필수인 건 알지만 실내 헬스장은 답답해 꺼렸다. 하씨는 "텃밭에 나와 파종하고 물을 주며 수확하는 과정이 운동하는 것만큼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일"이라며 "재미있어 지루하지 않다. 운동 대신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실제 텃밭 활동은 걷기 수준의 운동 효과가 있다. 신체 활동은 움직임 정도에 따라 저(앉아 있기).중(걷기).고(뛰기) 강도로 구분한다. 65세 이상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텃밭 활동의 운동 강도를 측정해 봤더니 밭일 시작과 함께 심장박동수와 산소 소모가 증가했다. 신체 활동을 많이 할수록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하는 데 좋다. 텃밭 활동이 도움이 된다.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에게 주 3회 이상 걷기나 산책 같은 유산소 운동을 권한다. 텃밭 활동을 하면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늘어 운동하는 효과를 얻는다. 특히 직접 재배한 친환경 먹거리를 이용해 식단 관리를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텃밭 활동은 재활치료에도 쓰인다. 한국 성남시의 경우 2013년 2개 병원의 척추.뇌 손상, 중풍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텃밭을 가꾸게 했다. 직접 흙을 만지고 채소를 키우면서 몸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균형감각을 익히는 식이다. 서남의대 명지병원 재활의학과 최정화 교수는 "텃밭 활동은 흥미를 유발하고 의료기기 의존도를 줄여 몸의 활동량을 자연스럽게 늘린다"고 말했다.

특히 텃밭은 유아에게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이터다. 또래의 협동심을 기르고 생명체의 소중함을 느끼는 교육 터전이기도 하다. 5세 유아 70명을 대상으로 35명에게는 18주 동안 텃밭 가꾸기 활동을 하게 하고, 나머지는 일상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텃밭 활동을 한 35명은 일상수업을 받은 유아에 비해 정서지능과 행복감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꽃과 채소를 가꾸는 일은 유아들이 겪는 일상적인 정서문제 해결을 돕고, 궁극적으로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 활동이 된다.

하지만 건강하게 텃밭 활동을 하려면 몸 상태와 계절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적어도 한 시간마다 10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텃밭일 중간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허리.다리.어깨에 통증이 생기기 십상이다. 근육을 자주 풀어줘 후유증을 사전에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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