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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한 번의 손짓만 있었어도…

부 소 현/JTBC LA특파원·차장

"누가 손짓만 한번 해 줬어도 우리 아이 안 죽었어요."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평소와 다름없이 집 앞에서 아들을 스쿨버스에 태웠다. 처음 보는 버스 기사였지만 예전에도 가끔 임시 기사로 대체된 적이 있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특수 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중증 자폐증을 앓고 있다. 19살이지만 지적 능력은 3~4살에 불과해 항상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불안하지만 학교는 장애 학생들을 1대1로 보살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마음 놓고 아들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오후 4시 집에서 전화가 왔다. 방과 후 아들을 돌봐 주는 베이비 시터가 폴이 오지 않는다며 학교에 갔느냐 묻는다. 먼저 버스회사에 전화를 했다. 학생들을 모두 학교에 내려 주었다고 한다.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폴이 학교에 오지 않았단다. 직장을 뛰쳐나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학교로 달려갔다. 아들은 스쿨버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1일 스쿨버스에 방치돼 숨진 이헌준군. 관할 경찰서는 이군이 질식사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이군의 가족들을 만났다. 어이없는 사고로 슬픔에 빠져 있던 부모님과 어렵게 인터뷰를 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버스에는 아들을 포함해 3명밖에 타고 있지 않았다며 어이없어 했다. 버스 기사가 어떻게 키가 180cm에 100kg 가까이 되는 아이가 버스에 남아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아이의 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는 학교에서는 어떻게 학생 출석 여부도 파악하지 않았냐며 가슴을 쳤다.

아버지는 아들이 비록 지적 능력은 떨어지지만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만 먹으라는 말에 숟가락을 놓을 정도로 남의 말을 잘 듣는 천사같은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항상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아 가족을 지켜주는 중심축이었다고 애통해 했다.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주기 위해 어렵게 이민도 왔는데 학교와 버스 회사 모두 자기네 탓이 아니라며 발뺌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그래서 힘들지만 인터뷰도 하는 것이라며 비록 아들은 떠났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군의 사고 내용과 가족들의 인터뷰는 한국시간 15일 JTBC 뉴스룸을 통해 방송됐다. 이군의 가족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와 허술한 관리시스템에 대한 댓글이 이어졌다. 이군과 비슷한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한 아버지는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천진한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행복인데 애틋한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적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이군의 아버지가 한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예요.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도 사람의 관심과 마음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이군 어머니의 말대로 누가 아이에게 내리자는 손짓만 한 번 해줬어도, 버스 기사가 한 번만 뒤를 돌아 봤어도, 학교에서 아이가 왔는지 한 번만 확인해 줬어도 천사를 이렇게 일찍 하늘로 보내지는 않았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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