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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산가족 상봉의 숨은 변수

박철웅/미주녹색실천연합회장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서는 특히 이산가족이 기대감 갖기에 충분했다. 결국 남과 북이 우여곡절 끝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정이 남아있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징검다리가 놓였음엔 틀림이 없다.

사실 8·25 합의문 제2항에 명시된 "인도주의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란 문구대로라면 우리 측이 주장한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 확인, 이산가족 서신 교환 및 화상 상봉, 이산가족 고향 방문, 상봉행사 정례화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어야 했다.

1988년부터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실향민은 12만9698명이었지만 6만3406명은 이산의 한을 갖고 이미 세상을 떠났다. 현재 6만6292명이 생존해 있는데 100명만이 상봉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니 납득되지 않는다. 상봉행사를 정례화 하더라도 100명씩 만나는 것으로는 갈 길이 너무 멀다. 매달 상봉행사를 갖는다고 해도 모두 상봉하려면 50년이나 걸린다.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자인데 실향민의 한을 어떻게 풀 것인가.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후 고위 간부들에게 총력을 기울여 당 창건 70돌 행사준비를 하라고 다그치며 특히 대남 공작부서들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10월 10일 행사 전으로 남한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차관을 끌어 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빌미로 무엇인가 얻어내려는 속셈이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10월 하순으로 미룬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는지.

만약 북한의 계획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껏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도 불안하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접촉 후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 인도적으로 접근해야 할 이산가족 문제마저도 북한은 정략적인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착잡하다.

더 염려되는 것은 북한의 이러한 속셈을 알면서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서는 굳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종북세력이다. 북한은 자신을 도와주는 종북세력들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고 있다. 그들은 천안함 폭침은 물론 이번 목함지뢰 폭발 확인 과정에 이르기까지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 사사건건 의문을 제기하는 등 우리의 북한에 대한 판단을 흐려놓고 있다. 거기에 대화 우선론을 들고 나와 남한 정부가 좀 더 유연성을 보여야 하며 북한 정권이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하도록 재정적으로도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탈북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려고 하면 지역 주민을 앞세워 막기도 하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도 좌파 세력은 죽기 살기로 막지 않았는가.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낙관만 하기엔 아직 이르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인공위성 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을 앞세워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 할 것이고 그것이 여의치 못하면 언제든지 다시 도발할 수 있기에 우리 정부가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부와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있을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목함지뢰 대응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단호히 대처한다면 북한의 저급한 사고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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