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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법조계귀족화막는로스쿨

김윤상/변호사·노동법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식을 위해 돈을 남겨 주고 자식이 잘 살게 길을 터 주려는 욕망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인간의 욕심인지 본능인지는 구분이 안가지만 우리 겨레도 이 방면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종업원의 클레임으로 고민이 많은 한 영세업체 사장님은 다른 건 몰라도 자식에게 주려고 통장에 넣어둔 돈만은 지키고 싶어하신다.

결혼할 때 그 돈을 주든지 사업이라도 하면 밑천이라도 하라고 주겠다는 것이다. 가슴은 찡했지만 "아니, 다 큰 자식 무슨 걱정하고 있나,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하는거지" 라며 핀잔도 드렸다.

노동법 상담을 하다보면 50대 이상이 된 한인 고용주들은 대부분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들만 그런게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대학 학비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적게나마 보험을 들고 있는 게 그 예다.



딸에겐 학비 걱정 안하면서 애국도 하는 육군사관학교에 가라고 얘기 하지만 정작 딸은 예쁜 것에만 관심 있고 뛰는 걸 별로 즐기지 않아 혼자만의 상상에 머물고 만다. 아들에겐 남들처럼 아이비리그 가려고 애쓰지 말고 기술 배워 노동조합이 강력한 준공공기관에 들어가 미래도 보장받고 아빠의 허리도 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해 보지만 녀석은 대답이 없다. 이제 두 살이라 아직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어디까지 책임지는 게 정답일까. 현재로선 4년제 대학까지라고 생각하지만 글쎄, 한인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대학원, 결혼, 직장 등 끝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만큼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자식을 낳아만 놓고 내팽개친 부모도 많다. 한인 중에도 적지 않은 슬픈 현실이다. 그런 부모에 비하면 자식의 복지를 생각하며 애태우는 부모는 그래도 책임감과 사랑을 갖고 있다고 보는데 다만 이것이 방향을 잘못 잡아 부모의 욕심과 집착으로 변질된다는 게 문제다. 요즘 자식 취업 로비로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이 단적인 예다.

최근엔 로스쿨 시스템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로스쿨 제도는 서민 자녀들의 길을 막는 제도라는 극단적인 논리도 펼쳐진다. 과거의 고시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아버지, 삼촌 세대에서 고시합격은 로토 당첨과 같았다. 가문의 영광이고 권력과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지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합격한 소수를 제외한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고시로 인해 폐인이 됐다. 커다란 사회적 손실이 아닐수 없다.

로스쿨은 그런 사회적 손실을 줄이자는 것이다. 요즘은 대학이 넘쳐나 웬만하면 4년제 대학을 간다. 로스쿨이 4년제 대학을 입학조건으로 내세운 건 결코 서민 자녀들에 대한 차별이 아니다. 자리를 이용해 자식 취직 부탁하는 아버지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당연하지만 그것 때문에 어렵게 시작한 로스쿨 시스템을 되돌려서는 안된다. 로스쿨은 오히려 한국 법조계의 귀족화를 차단하는 좋은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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