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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Story] 영화 '암살'과 문화예술계의 '친일'

이병임 <무용평론가, 우리춤보전회회장>

최근 호응 속에 상영중인 영화 '암살'에 등장하는 매국노 강인국은, "그건 다 가족과 민족을 위한 일이었어. 멍청한 조선놈들 먹여 살려야 되니까…" 라며 자신의 친일을 변명한다.

염석진은 독립군 동지들의 정보를 팔아 돈과 경찰청 간부 직위를 챙기는 밀정꾼. 해방이 되고 반민특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그는 모두가 도둑놈인데 왜 자신만 죄인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라고 반문한다.

그에게 돌팔매를 던지던 청중들은 오히려 찬동의 박수를 보낸다.

일말의 뉘우침도 없이 친일과 변절을 정당화시키고 있는 이 두 인물의 반민족 행위가 우리를 분노케 하지만, 한편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영화 속 청중들의 모습이, 바로 오늘날 우리 민족의 자화상은 아닐까 하는 씁쓸함이 순간 마음속을 스쳐지나감은 왜일까?

친일은 우리 민족 전체의 아킬레스건이기에, 그리고 민족심리 안에서 아직도 자라고 있는, 그래서 지금이라도 제거되어야만 하는 암과도 같은 병리현상이다. 해방 이후 70년이 흘렀지만 우리 선조의 친일행적이 가려져 있었던 이유는, 우리 사회가 친일이 득세해온 사회이기에 그렇다. 민족반역에 대한 죄의식과 친일잔재들을 올바른 사관으로 정리했어야 했는데, 역사학자들조차 친일사관을 지닌 자들이었으니 한국사회는 진정 이제까지 친일을 정리하고 도려낼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예술인이라 해서 친일의 굴레에서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 사회의 문화예술인은 대중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고 권력자들은 인기가 많은 문화예술인을 옆에 두고 그네들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했다.

예술인 또한 권력의 치부를 자신들의 화려한 재능으로 덧씌워 주면서 대가를 챙겨왔다. 불의한 권력과 영혼 없는 예술의 결합이 우매한 대중들을 기만해 왔다. 일제 강점기에도 친일은 어김없이 우리 예술인들의 불행한 행로에 길잡이로 찾아와 우리 민족, 민중들의 의식 속에 파고들었고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해방 이후 그들의 행적은 감춰지기도 하고 찾아내지 못한 것도 많아 예술적인 가치만이 기득권 형태로 남아버렸다.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독립선언서를 쓴 최남선, 춘원 이광수, 운보 김기창의 친일행적들은 이미 거론되기 시작한 지 오래다.

한국 근대무용의 선구자 최승희는 해방 전까지 전세계를 돌며 "황군 위문공연"을 다닌 흔적들이 있고 일본의 동맹 독일군을 위해서도 위문금을 헌납한 기록이 있다.

그의 친일행적이 드러나 결국 북한에서 숙청되고 말았지만 최승희가 무용예술에 끼친 지대한 공로 때문인지 그의 친일행적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했다.

그 누구의 업적과 예술적 평가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영향력이 큰 문화예술인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하며 후세의 평가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얻을 게 있고 권력의 손이 필요할 때는 권력의 편에 섰다가 그 시기가 지나가면 나 몰라라 하는 식의 무책임이 지금도 우리 예술문화계에는 너무도 만연되어 있다.

프랑스의 드골대통령은 이적행위를 했거나 나치에 협력한 예술인들의 숙청을 과감히 단행했다. 우리처럼 득세했던 국가의 지도자 자신들이 친일이었던 사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비판은 과거의 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앞으로 다시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지금은 먼 미래를 내다보며 슬기로운 판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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