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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경 쓰면 보입니다, 택배 물품 놓을 곳

[월요기획] DHL 이노베이션 센터 르포

물류시스템에 증강현실 이용
"SF같은 장면 5년내 현실화"
드론·IoT기반 운송도 실험


"누군가 물류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DHL을 보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지난 18일 오후 글로벌 물류 기업인 도이치포스트DHL의 독일 트로이스도르프 '이노베이션 센터'에 들렀을 때 받은 인상이다. 센터를 한국 언론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센터에 들어선 기자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눈으로 보는 현실에 가상의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것) 글라스'를 쓰고 마주한 건 높이 3m 가까이 쌓인 수백 개 택배 더미였다. 택배로 가까이 다가가 바코드를 스캔하자 글라스 화면 오른쪽 위로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휴대전화'란 메시지가 떴다. 옆에 놓인 선반으로 시선을 돌리자 택배를 선반 어디에 놓으면 될지 파란색으로 표시한 이미지가 보였다.

이런 기술을 적용하면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게 핵심인 물류 시스템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DHL 측의 설명이다. 메모지.펜이 필요 없는 데다 제품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서다.

AR은 DHL이 연구 중인 물류의 미래, 아니 곧 다가올 현실이다. 마르쿠스 쿠켈하우스 DHL 이노베이션&트렌드 리서치그룹 부사장은 "네덜란드 물류센터에서 3주간 실험한 결과 기존보다 운송 효율을 25%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AR처럼 공상과학소설(SF)에나 등장하는 기술도 DHL에선 5년 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DHL이 연구 중인 AR.사물인터넷(IoT) 물류, 자율주행차.드론 운송 등을 엿볼 수 있는 '미래 전시장'이다. 1분 1초라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물건을 배송하기 위한 노력의 집약체다. 센터 소개 영상에선 빅 데이터와 결합한 IoT를 물류에 적용하는 실험이 나왔다. 수년 내에 화물 트럭이 "운전기사의 피로가 감지된다", 컨테이너가 "식품이 상했다"는 메시지를 관제탑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드론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현실화했다. 센터 한쪽에 전시한 DHL의 '파슬콥터'(소포+헬리콥터)는 4개 프로펠러 가운데 소포를 매달아 배송한다. 알프스 산맥이나 북해의 섬같이 운송로가 마땅치 않은 곳에서 활용 중이다. 쿠켈하우스 부사장은 "드론은 소화물.단거리만 가능하고 추락 위험성도 있어 상용화하기 어렵지만 극지나 재난 현장, 아주 신속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제한된 환경에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리트 스쿠터(전기 배송차), e-바이크(전기 자전거) 같은 친환경 운송 수단도 독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쿠켈하우스 부사장은 "내년 말까지 본을 오가는 모든 물류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DHL 측은 "단순 기술을 연구하기보다 5명의 전문가가 센터에 상주하며 물류뿐 아니라 쇼핑 트렌드, 기후변화 같은 순수 미래만 연구할 정도로 혁신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를 나오려는데 센터 입구에 높다랗게 새겨진 '독일의 문호' 괴테의 문구가 눈에 밟혔다.

'결국 기술을 삶으로 가져오는 건 인간의 의지다.'

트로이스도르프(독일)=김기환 기자

☞도이치포스트DHL=독일의 우편.물류 서비스 기업이다. 민영화한 독일 국영 우체국이 미국 물류회사 DHL을 비롯한 대형 물류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물류 1위로 우뚝 섰다. 220개 국가에서 32만5000명의 직원이 일한다. 지난해 매출 566억 유로(약 640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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