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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고 부서지고 …미술품들 "성할 날 없네"

미술사 속 명작들의 수난 역사

음료수 마시며 전시 보다 바로크 시대 명작에 구멍 내
피카소·모네·앤디 워홀·램브란트 작품도 훼손된 적 있어
미켈란젤로 '피에타', 듀샹 '샘'은 '망치테러' 당하기도
최근 12살짜리 대만 소년이 세계적 명화에 구멍을 낸 '사건'이 있었다. 소년은 지난 23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레오나르도의 얼굴: 천재의 이미지' 전시회장을 찾아 음료수를 든 채 그림을 감상하다 발을 헛딛는 바람에 이탈리아 화가 파올로 포르포라의 작품 '꽃' 한 켠을 손으로 짚으며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을 내고 말았다.후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포르포라의 유화 '꽃'은 약 15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전시회 주최측은 소년의 그림 훼손에 고의성이 없고, 작품이 보험에 가입돼 있는 만큼 별도의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고 발표해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이번 일은 철없는 소년의 실수로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이었지만, 이처럼 어이없는 방식으로 명작이 훼손되는 경우는 이제껏 여러 번 있었다.

호텔 카지노 업계의 큰 손인 스티브 윈이 피카소의 명작 '꿈'에 구멍을 낸 사건은 그 가운데서도 유명하다. 윈은 지난 2006년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꿈'을 지인들에게 보여주다 팔꿈치로 그림을 치는 바람에 커다란 구멍을 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윈은 거액을 들여 그림을 복원해 1억5500만 달러에 되파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윈이 '꿈'을 구입했던 가격은 6000만 달러였다.

피카소 그림의 수난사는 또 있다. 20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전시돼 있던 그림 '광대'가 6인치 가량 찢어졌던 일이다. 당시 미술관 투어를 통해 그림 설명을 듣던 한 여성 관람객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캔버스 오른쪽 하단이 훼손됐지만, 미술관측의 노력 끝에 무사히 복원됐다. 피카소의 '광대'는 크라이슬러 가문의 장녀가 미술관 측에 기증한 작품으로 감정가가 약 1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2006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피츠윌리엄 박물관에서는 한 남성이 신발끈을 고쳐 묶다가 중심을 잃어 17세기 청나라 시대의 유물로 전해 내려오는 도자기 3개를 진열대에서 떨어뜨려 산산조각내기도 했다. 이 도자기들은 피츠윌리엄 박물관의 대표 전시물로 약 45만 달러의 가치를 지녔던 작품이다. 박물관 측은 6개월에 걸려 도자기를 복원해냈지만 남성은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2013년에는 코네티컷 출신의 미국인 관광객이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박물관에서 15세기 걸작인 지오반니 담브로지오의 조각상 '수태고지'를 만지다 성모상의 새끼손가락을 부러뜨린 일도 있었다.

일부러 미술품을 훼손시킨 경우도 많다. 1972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라즐로 토스라는 지질학자가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했다"라고 외치며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를 망치로 10여 차례나 내리쳐 팔과 코 부분이 크게 손상됐던 사건은 유명하다. 당시 주변 관광객들에게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던 라즐로 토스는 2년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피에타' 상은 이후 복원 작업을 거쳐 방탄 유리에 가려진 채 다시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전시돼 있다.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그림도 수난을 면치 못했다. 2007년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5명의 불량 청소년이 들어와 1874년 작 '아르장퇴유의 다리'를 주먹으로 쳐 훼손시킨 데 이어 2012년에는 49세 남성이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에 전시돼 있던 '배 한 척이 떠 있는 아르장퇴유 강가' 앞에서 주먹을 휘둘러 그림 한가운데를 찢어버린 일도 있었다.

앤디 워홀의 유명한 팝아트 작품 '마릴린'은 '총상'을 입기도 했다. 1964년 뉴욕 앤디 워홀의 스튜디오를 찾은 한 여성이 나란히 전시돼 있던 '마릴린' 연작에 총을 쏴 캔버스 4개를 관통하는 훼손을 입혔던 사건이다.

남성용 변기를 설치 미술로 승화시킨 마르셀 듀샹의 '샘'은 여러 차례 '소변 테러'를 당했다. 전시돼 있는 '샘'에 실제로 소변을 본 것.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같은 '소변 테러'를 했던 사람들이 모두 아티스트란 점이다. '샘'에 소변을 보는 행위 자체를 일종의 퍼포먼스로 선보인 셈이다. 이들 가운데는 유명 뮤지션 브라이언 이노도 포함돼 있다. 2006년엔 피에르 피노첼리라는 행위 예술가가 "마르셀 듀샹이 봤다면 좋아했을 것"이라며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 전시돼 있던 '샘' 중 하나를 망치로 때려 부수다 경찰에 체포된 일도 있었다. 2005년에는 아비뇽에서 열린 추상화가 사이 툼블리의 전시회에서 30대 여성이 200만 달러에 달하는 그림에 립스틱자국을 남겨 체포되기도 했다.

렘브란트의 그림 '야경꾼'은 무려 세 차례나 훼손을 당한 '저주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911년 한 구두수선공이 그림을 찢은 데 이어 1975년에도 어느 교사가 칼로 그림에 상처를 입혔다. 1990년에는 네덜란드 출신 남성이 황산이 든 스프레이를 그림에 뿌려 손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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