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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리포트] IT-자동차 업계 '자동차 미래' 놓고 양보없는 경쟁

IT는 디트로이트에, 자동차는 실리콘밸리에…사무소 개설 ‘융합시대’
새로운 트렌드와 경쟁사 위협요소 파악하는 스파이 역할도 수행

포드사는 구글 본사에서 6마일 떨어진 곳에 팔로알토 연구소를 두고 있다. 구글은 포드 본사에서 멀지 않은 디트로이트 교외에 무인자동차 연구소를 두고 있다.

자동차와 컴퓨터의 융합이 강화되면서 두 산업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나선 IT회사들은 지각변동의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감지하고 있다. 이들이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가장 큰 목표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동차에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이다. 반대로 IT산업의 수도인 실리콘밸리에는 자동차회사와 부품회사의 연구소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자동주행 차량 개발에 양보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제 막 시작된 이종교배 산업이 앞으로 어느 선까지 경쟁을 확대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IT산업과 자동차산업의 융합은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산업간 파괴와 창조라는 상반된 현상을 만들고 있다. 두 산업은 한편으론 치열한 경쟁을, 다른 한편으론 전례없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가주에 본사를 둔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제작사 텔레나브의 디트로이트 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니얼 버커레이 소장은 이런 현상을 “(다른 꽃의 꽃가루로 수정하는) 타가수분과 같다”고 비유하며 “우린 서로를 교육시키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두 업종 사이에는 최근 인력확보 경쟁이 불붙었다. 일부에서 밀렵이라고 부를 정도로 치열하다. 애플은 최근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전직 품질관리 책임자를 고용했다. 모바일 택시중계 서비스업체 우버는 카네기멜론대학 로보트 공학 실험실의 핵심 연구원과 과학자 40명을 한번에 스카우트해 사람빼가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테슬라의 자동차개발 최고책임자는 애플 출신이다.

기술진화 속도가 빠른 IT업계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자동차산업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한 것이 구글과 테슬라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 엄슨은 “사람들은 번쩍거리는 실리콘밸리 대 퇴색한 디트로이트의 구도로 생각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며 “자동차가 얼마나 복잡한가 알게 되면 공학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애플에서 포드의 팔로알토 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드라고스 마치우카는 실리콘밸리가 새롭게 느끼는 자동차산업의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성취감을 준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야후에서 일하면 ‘(컴퓨터 언어 중에서) 이 부분은 내가 썼어’라고 짚어내기 어렵다. 애들에게도 이게 내가 한 것이라고 보여주기 정말 어렵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에서는 ‘저 버튼있지, 저게 작동하게 하는 거 내가 한 거야’라고 할 수 있다.”

자신감에 넘치는 IT회사들이지만 한 가지 어려운 것은 자동차산업의 엄격한 기준을 맞추는 것이다. 마치우카 소장도 소프트웨어와 앱 개발자에게 이를 교육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샌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는 컴퓨터 게임용 칩을 만들었으나 이제는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어 테슬라의 터치스크린 대시보드와 아우디의 무인자동차용 컴퓨터 프로세서를 만들고 있다. 엔비디아는 컴퓨터 칩이 영하에서도 작동해야 되는 자동차업계의 엄격한 기준을 실감하고 있다.

또 다른 어려움은 어지간한 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작동해야 하는 내구성과 함께 네비게이션이나 인포테인먼트 등을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머세이디스 벤츠와 테슬라, 도요타, BMW 등은 무선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반면, IT업계에서는 비용에 예민한 자동차산업이 차량용 컴퓨터에 10~20달러라도 더 투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싼 제품을 골랐다가 수리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미시건주의 여러 자동차회사에 8명의 엔지니어를 보냈다. 이들은 자동차회사들이 컴퓨터업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업계가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이면에는 상대를 훔쳐보는 스파이 전쟁의 측면도 있다. 연방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GM의 팔로알토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프랭키 제임스는 자신의 임무 중 하나가 새로운 트렌드와 잠재적인 위협요소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이끄는 팀은 GM에 자동차공유 트렌드를 보고했고 GM은 2011년에 차량공유 중계업체인 릴레이 라이즈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제임스가 현재 주목하는 것은 업계를 뒤엎을 수 있는 무인자동차다. 구글은 5년내 상용화를 선언했고 애플은 테슬라 출신을 고용하고 포드 등 기존의 자동차회사들은 자체적인 비밀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 제임스는 “애플이 미래에 대한 그들만의 비전을 갖고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고 하자. 우리가 그들의 비전을 받아들일 경우 무얼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고백한다.

IT업계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텔레나브는 2016년형 타코마 등 도요타 자동차에 장착할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도 카플레이와 앤드로이드 자동차 시스템으로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텔레나브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전 디트로이트에 사무실을 열었을 때는 10%였지만 지금은 70%로 크게 증가했다. 이제는 베를린과 샹하이, 도쿄에도 사무소를 열었다. 텔레나브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와 IT업계의 지형에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새로운 회사들이 계속 들어온다. 전통적인 강자가 이길 거라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안유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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