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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후원금 내고도 권리 못챙기는 한인사회

김해원/변호사·노동법

2000년 1월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주 AB633법안은 하청업체의 노동법 준수여부를 원청업체가 감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연대책임을 묻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 때문에 수많은 의류업체들이 매년 수백만 달러나 되는 벌금을 지불하고 있다.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하청업체의 노동법 준수 여부를 체크하고 계약 자료를 모두 문서로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몇십년 내려온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 거의 매일 같이 의류업체들은 하청업체 문제 때문에 노동청에 불려 나가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

전직 노동부 직원까지 악법이라고 하는 이 법은 어떻게 제정됐을까. 이 법은 한인사회가 어떤 법이 의회에서 발의되고 통과되며 주지사의 서명을 받는지 전혀 관심이 없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최저임금 상승, 임금 절도법, 유급병가법 등 거의 매일같이 고용주들에게 불리한 법안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정작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한인 스몰비즈니스 오너들은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영어를 못하고 미국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

한인사회 특히 한인 고용주들에게 불리한 법안들을 만들고 발의하는 미국 정치인들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 많다. 수시로 한인사회를 방문해서 정치 후원금을 가져가는 시의원,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캘리포니아주 상·하원 의원, 캘리포니아주 지역구 연방 상·하원들 가운데 히스패닉계 유권자나 노동자, 노조원 등의 표를 노리고 종업원들에게 유리한 법안들을 상정하는 정치인들이 그들이다.

이런 정치인들의 한인사회 모임에는 한인 단체장, 직능인 협회장과 이사, 한인 인사들이 많이 참석해서 같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이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며 만족해 한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왜 한인 비즈니스 오너들에게 불리한 법안을 발의했느냐고 따진 한인 인사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한인 인사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비즈니스나 단체, 지역 이기주의에 휩싸여 몇 푼의 정치 후원금을 내고 같이 밥 먹고 사진 찍는 것으로 자기의 임무를 다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ABC(주류판매 라이선스)나 CUP(조건부사용허가)를 받기 급급해 주류 정치인들을 불나방처럼 따라 다니는 것이 아닌지.

일부 인사들은 주류 정치인들이 그나마 코리아타운을 방문하고 한인사회에 관심을 두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이런 한인의 대부분은 정치인들의 당적이나 성향, 상정한 법안에 상관없이 후원한다.

주류 정치인들은 지역 사회나 직능 단체 모임에 참석할 경우 혹시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참석자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지 사전에 재점검해 본다. 그러나 한인사회를 방문할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지난달 열린 노동청의 AB633 콘퍼런스에서 의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한 업주가 도대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할 때 한인 봉제업계나 의류업계는 무얼 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아마도 몇년 뒤 우리 후배들은 유급병가법, 임금 절도법, 최저임금 상승법 등이 통과될 때 선배들은 왜 로비스트 한 명 고용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는지 따지지 않을까.

이민 역사가 100년이 넘어가는 현재, 아직도 한인사회는 미국 정치인들에게 후원금만 바치면서 우리의 권익은 제대로 못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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