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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힘으로 버티지만 살아갈 길은 막막하네요”

안나산 기도원 살인 사건 피해자
고애숙 씨 본지와 인터뷰서 심경 밝혀

“너무나 충격적인 사고지만, 비참하게 돌아가셨다는 생각은 사고 당시에도 지금도 들지 않습니다. 특히 김송수가 남편과 나를 흉기로 찌르는 순간에도 무섭거나 미운 감정은 없었습니다.”

워싱턴-볼티모어 일원 한인 사회에 충격파를 던진 안나산 기도원 살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고애숙(사진) 씨가 17일 본지와 첫 대면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몽고메리 게이더스버그의 한 임시거처에서 흉기에 찔린 팔과 가슴 등에 보호대를 차고 요양 중인 그녀는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인 어조로 풀어냈다.

고 씨는 “(김)송수의 첫인상과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고 당일까지도 아주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말다툼이나 음식이 형편없다는 내용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송수의 입맛에 맛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그와 함께 울면서 기도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일에도 저녁 7시 30분 예배를 시작하는데 주방 쪽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송수가 무언가를 감추고 예배실로 들어와 평소 문 쪽 자신이 앉던 자리에 있던 남편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 갑자기 칼로 찌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펄쩍 뛰어 앞쪽으로 피한 남편을 따라가 무차별적으로 찌르는 그를 막기 위해 의자로 밀쳐냈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송수는 자신에게도 몇 차례 칼을 휘둘렀으며 “그만 찔러”라는 비명에 칼을 떨어트리고 밖으로 도주했다고 말했다.
 고 씨는 “당시나 지금이나 (김)송수가 참 불쌍하다는 생각밖에는 없다”면서 “다만 한인 남성들이 그를 따뜻하게 잘 대해줬더라면 하는 원망이 앞선다”고 말했다.

문득문득 사고 순간이 떠오르면 눈물이 난다는 그는 여전히 남편이 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하지만 사고의 충격은 여전하다.

“칼만 보면 놀래고 몸서리가 쳐집니다. (김)송수가 찌른 칼은 내가 주방에서 쓰던 바로 그 칼이었습니다. 낯선 사람의 그림자만 봐도 온몸이 굳어 버립니다.”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고 씨에게 남은 것은 이제 앞으로 삶에 대한 힘겨움뿐이다

“종교 비자를 신청하고 3년여의 기다림 끝에 이민국으로부터 2개월 안에 영주권이 발송된다는 편지를 받고 미국에 왔습니다. 7월 1일 자로 효신교회(뉴욕) 측과 안나산 기도원 관리와 주방 업무를 담당하는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선교로 제2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고 씨가 아직 영주권을 손에 쥐지 못한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이다. 더욱이 연고나 거주지도 없고 이러다 보니 사회보장 번호나 보험도 없어 최소한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애틀에서 급하게 메릴랜드에 온 큰아들 박명길 씨는 “범죄 피해 보상 프로그램이 있지만, 시간이 걸리고 우선은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데 당장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발생한 안나산 기도원 살인 사건과 관련해 범인 김송수(30) 씨는 1,2급 살인과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문의: 1004letter@gmail.com
 
허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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