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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떠난 요트여행, 달콤살벌하네

여행의 성격을 결정짓는 데 교통수단과 숙소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름도 그에 따라붙는다. 자동차 여행, 기차 여행, 자전거 여행, 도보 여행…. 숙소도 그렇다. 어디에서 자느냐에 따라 캠핑이 되고 또는 럭셔리 리조트 여행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여행은 요트여행이다. 이름만 들으면 퍽 로맨틱하게 들리는 여행이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생각보다 더 낭만적이지만 생각보다 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갑판에 누워 있으면 어떤 고급 휴양지가 부럽지 않다. 그러나 생활은 불편하다. 출렁이는 배에서의 하루는 고되다. 좁은 화장실이 불편하고 비틀거리며 부엌에서 끼니를 만들어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면 덜컥 겁도 난다. 평소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바다이지만 성이 나면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트여행은 달콤하면서도 살벌하다.

글·사진=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배에서의 하루는 고되고 고되다
멀미하면 최악의 여행 될 수도


배에 15갤런 정도의 개스를 넣고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가득 채웠다.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에는 상점 하나 없으니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오전 11시 옥스나드항을 떠났다. 목적지는 샌타크루즈 섬이다. 샌타크루즈 섬은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 5개의 섬 중 가장 크다. 우연하게도 올해만 두 번째 방문이다. 이번에는 코리안아메리칸 세일링 클럽(KASA·회장 남진우)과 함께다.

어느 때보다 화창한 날씨다. 바람이 없다. 여행하기 좋은 날씨이지만 세일링을 하기엔 적합한 날씨는 아니다. 남 회장에 따르면 배나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세일링을 하려면 풍속이 8노트(knot) 이상이어야 바람을 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날은 5노트를 넘지 않았다. 그래서 세일보다는 동력의 힘에 의지했다.

방파제를 지나 얼마나 됐을까. 멀리 섬이 보였다. 채널아일랜드 섬 중 하나인 아나카파(Anakapa) 섬이다(아나카파 섬은 다음 주 레저면에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인 김세영씨가 뱃멀미를 시작했다. 얼굴이 누렇게 떴다. 괴로운 듯 보였다. 멀미약을 챙겨 먹고 왔다는데도 듣지 않는 듯했다. 멀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사도 든든히 했어야 했는데 아침에 빵 한 조각으로 때운 것이 원인인듯했다. 멀미를 하는 사람들은 배가 운항중일 때는 배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피한다. 시야가 좁다 보니 멀미가 더 잘 올라올 수 있다. 남 회장은 "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은 요트 여행을 하기 힘들다"며 "멀미는 최고의 여행을 최악의 여행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오후 1시30분 아나카파섬을 지나 샌타크루즈섬으로 계속 항해했다. 곧 닿을 듯 보였던 샌타크루즈 섬은 오후 3시 30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옥스나드항을 떠난 지 4시간 30여 분 만이다. 뱃길은 보는 것보다 훨씬 멀다.

섬의 만 곳곳,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자리에 앵커를 내린 보트들이 정박해 있었다. 채널아일랜드에는 배를 매어두는 계류장이 없기 때문에 앵커를 내려 정박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다.

정박할 곳은 섬의 북동쪽에 있는 스코피온항이다.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항이지만 이곳 역시 계류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저녁 무렵부터 바람이 거세져 앵커 하는데 애를 먹었다. 바람에 떠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둠이 깔렸다. 불빛이 거의 없다. 완전히 어둠이 내리고 나니 실제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평소 쌩쌩하게 움직일 시간인 오후 9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배에서의 하루는 고되다.

요트여행은 또한 묘하다. 드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하지만 배라는 작은 섬에 갇힌다.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다. 우선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요트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요트 안에 부엌이 있고 화장실, 침실 등 있을 것은 다 있지만 모든 것이 비좁다. 화장실은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물탱크에 채워진 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물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매일 샤워를 하는 것은 사치다.

이번에 타고 간 요트의 길이는 40피트. 최대 7~8명까지 숙박이 가능하지만 불편하다. 좀 편하게 생활하려면 4~5명 정도가 적당하다.

낚시·스노클링·카약 등
제대로 수상 레포츠 즐긴다


둘째 날에는 요트를 타고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전 9시 해안선을 따라 섬의 북쪽 해안을 타고 운항을 시작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샌타크루즈 섬은 또 다르다. 지난 6월에는 샌타크루즈 섬에서 바다를 감상했다면 이번에는 또 다른 시선에서 바라봤다.

페리를 타고 올 때 보이던 단순해 보이던 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세세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스코피온에서 포테이토하버-프리즈너하버-펠리칸베이-플래츠하버까지 3시간 여를 섬만 보고 가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다. 초록빛의 바다 색을 띤 아기자기한 베이가 있는가 하면 거친 듯 우직해 보이는 바위절벽이 눈 앞에 나타난다. 또 곳곳에는 보호색을 띤 새들이 절벽인 양 앉아 있다. 그림이다.

요트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호사는 바로 수상 레포츠다. 요트에서는 낚시,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카약, 수영 등 다양하다. 특히 낚시는 잡는 재미는 물론 먹거리까지 챙길 수 있다. 바다는 신선한 냉장고다. 그 즐거움을 놓칠세라 이날 스코피온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배를 멈추고 낚시를 즐겼다. 낚시 라이선스는 옥스나드에서 미리 구입했다. 라이선스 비용은 하루 15달러 12센트다.

뱃머리에 앉아 낚싯대를 바다로 던졌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움찔하고 찌가 움직였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이날 배에서 낚은 3마리 중 2마리를 내가 잡았다. 양껏 먹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저녁 식탁에 회와 매운탕이 올라왔다(주의할 점은 채널아일랜드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해양 보호 구역이 따로 있다. 아무리 배 위에서라도 아무 곳에서나 낚시를 할 수 없다. 미리 지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영도 빼놓지 않았다. 구명재킷을 착용하고 수심이 깊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다 위에서의 수영은 짜릿하다. 얕은 해변에서 하는 수영과는 차원이 다르다.

평소 남 회장은 스노클링과 카약을 즐기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사정상 장비를 챙겨오지 못해 아쉬움을 전했다. 특히 채널 아일랜드는 물이 깨끗해 스노클링을 하기 적합한데다가 카약으로 가볼 만한 해안 동굴들이 많아 꼭 해 볼만하다.

섬에서의 하이킹과 캠핑 등
뭍에서의 노는 재미도 쏠쏠


이번 여행에서 딱 하나, 후회하는 게 있다면 캠핑을 포기한 것이다. 원래 둘째 날은 캠핑을 할 계획이었다. 캠핑장도 예약해 놨었다. 하지만 일정이 늦어지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텐트를 치기 어렵겠다는 판단에 배에 머물기로 했다. 요트 여행이라고 꼭 요트에서만 머물 필요는 없다.

아쉬운 마음에 산책도 할 겸 섬에 올라 캠핑장에 들렀다. 꽤 어둑해진 때였고, 해가 지자 불빛 하나 없는 섬에는 바로 캄캄한 어둠이 잦아들었다. 캠핑장은 밤의 공기가 땅 바로 위까지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캠핑장 가까이 가자 텐트 사이에서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눅눅한 공기를 뚫고 온 그 소리는 선명하지 않다. 주변 나무에서 나는 민트향이 진하다. 캠핑장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해져 마치 뭔가 현실 같지 않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텐트에서 엷게 나오는 반딧불처럼 자연과 어우러진다. 모두 다음에는 꼭 캠핑을 해 봐야겠다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마지막날 아침에는 5마일 거리의 해안선을 따라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하이킹을 즐겼다 (채널 아일랜드 하이킹에 대한 정보는 본지 7월 2일자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돌아오는 뱃길은 짜릿
세일링의 참맛은 여기


육지로 가는 날. 바람이 제대로 불지 않은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서였을까.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여행 내내 10노트를 넘지 않던 풍속이 15노트까지 올라갔다. 돛을 올리고 바람을 탔다. 바람을 타기 시작하니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남 회장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돛 지 로프의 길이를 조절해 가며 바람을 이용해 속도를 올렸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태킹(Tackingㆍ방향 전환을 위해 뱃머리 방향을 바꾸는 것)을 할때는 돛의 방향도 바뀌면서 요트에 충격이 전해졌다. 남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남 회장은 “요트는 바람이 세질 때 조심해야 한다. 항해기술과 경험이 있으면 문제될 게 없지만 부족할 경우에는 바람은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일링 요트 여행의 제 맛은 여기에 있다.

요트여행의 시작은

딱 1년이 지났다. 지난해 여름 요트를 타는 남진우씨가 본지2014년 7월 3일 A-24면>에 소개되고 KASA를 만든 지. 당시 남진우 회장 혼자 시작한 요트클럽은 이제 회원 수가 30여 명까지 늘었다. 클럽 회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요트 수도 늘었다. 처음 남 회장만 소유하고 있던 요트는 1년 사이 5척까지 증가했다. 남 회장은 "앞으로도 회원 중 여러 명이 요트 구입을 계획하고 있어 올해 안에 10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꼭 요트를 구입해야 하는 건 아니다. 요트를 알고 싶어하고 좋아하면 된다"고 말했다 .KASA 연락처는 714-924-0428.

이제는 종종 그룹으로 요트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요트 3척이 함께 카탈리나 섬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남 회장은 "그룹으로 떠나는 요트 여행은 훨씬 재미있다. 함께 경주를 즐기기도 한다"며 "특히 그룹으로 떠나면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경험자의 도움을 받으며 더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남 회장 역시 경험이 그리 오래된 편은 아니다. 요트를 구입한 지 3년째다. 하지만, 세일링을 하는 횟수는 적지 않다.남 회장은 여름이면 카탈리나 섬까지는 자주 여행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길어야 2박 3일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긴 여행을 계획했다. 5박 6일간의 채널아일랜드 여행이다. 이 여행에 KASA 회원인 스텔라 김, 프랭크 김 씨를 포함 5명이 동참했다. 기자는 2박 3일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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