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 뜨며 약산 김원봉 선생도 떴다
김구와 독립운동…무장 항일투쟁 독보적 역할
북한 내각 참여…김일성과 갈등으로 숙청 당해
LA 거주 조카 "월북 때문에 평가절하 안타까워"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LA서도 인기 절정인 영화 '암살'에 나오는 대사다. 도대체 김원봉(사진)이 누구기에 김구보다 현상금이 더 높단 말인가.
배우 조승우가 분한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 선생은 현상금 액수가 말해주듯 일본에겐 처단 1호 대상자다. 반대로 말하면 가장 치열하게 일본에 대항했던 독립투사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암살'을 본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며 존경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의열단 단장을 지낸 김원봉 선생은 경상남도 밀양 사람이다.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투척사건 등 조선총독과 총독부 고관, 군 수뇌부, 친일파 등의 암살 작전을 주도했다.
그는 1948년 김구, 김규식 등 민족지도자들과 회의 참석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그대로 북한에 남았다. 북한에서 내각에 참여하는 등 큰 역할을 맡았으나 김일성과 갈등을 빚으며 1958년 숙청당했다.
강렬한 무장 독립투사로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남북한 모두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독립운동가.
김원봉 선생의 조카인 김태영(58)씨를 17일 LA 자택에서 만났다.
-영화 '암살'을 보았나.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특별상영회가 있었다. 의열단 활동을 신세대 감각에 맞게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은 영화였다. 약산이 본명으로 영화에 나온 건 처음인 것 같다. 뒤늦게나마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져줘 고마우면서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약산과의 관계는.
"약산은 9남2녀 중 장남이고, 제 어머니는 배다른 형제로 막내였다. 외삼촌이다."
-약산 김원봉 선생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약산은 김구 선생과 함께 한국의 독립운동사에 있어 양대 산맥과 같은 분이다. 특히 무장 항일투쟁에 있어 약산은 독보적인 존재이다. 의열단 투사들을 길러낸 분이다. 중국정부가 인정한 최초의 부대인 조선의용군도 창설하셨다. 일부는 월북 때문에 평가절하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있는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그의 행적을 잘 살펴보면 그는 민족주의자일 뿐이다. 흑백논리에 약산이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태영씨는 "광복 70년이 되도록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독립투사 자손은 생계에 허덕이는 비극적인 역사가 지속되고 있다"고 개탄하고 "약산의 월북 때문에 외삼촌 네 분과 친삼촌 한 분, 약산의 사촌 다섯명 등 가족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와 형제들은 6년 동안 고아원에서 지내야 했다"면서 "이념이 낳은 비극적 희생이었다. 이제는 이념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15년 전 약산장학회를 설립해 약산 김원봉 선생의 뜻과 업적을 기리고 있다. 현재 전국 지부 조직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내가 미국에 오기 전인 한국과 30년이 지난 현재의 한국사회를 비교하면 아직까지도 너무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능력을 한국 땅에서 실현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면서 "독립투사들의 정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후손들이 힘써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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