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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띠꿀랄' 50만명의 혁명…인터넷카드 사려면 긴 줄 서야

국영식당은 손님 줄어 한산
인터넷은 아직 국가가 통제

▶자영업자들의 혁명=12일 밤 오후 7시쯤 '쿠바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미라마르 지역의 국영 레스토랑 '엘 토코로로(El Tocororo)'. 유서깊은 식당이지만 저녁식사 시간임에도 실내 테이블 절반이 비어있다.

다음날 비슷한 시간 아바나 외곽에 있는 개인 운영 레스토랑 '카스티요(Castillo)' 내부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개업한 지 3년에 불과한 식당이지만 문 밖에는 기다리는 손님들의 줄이 20m 정도 길게 늘어서 있다. 2012년 쿠바가 178개 업종에 대한 자영업을 허가한 후 거리에서 목격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다. 일명 '빠르띠꿀랄(Particular·자영업)의 혁명'이다. 자영업자를 다른 말로는 '쿠엔타프로피스타(cuentapropista)'라고도 한다.

자영업 종중 식당 개업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 3년간 아바나에서만 400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개인 식당들은 다양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 트렌디한 유니폼을 입은 젊은 종업원, 친절한 서비스를 앞세워 천편일률적인 메뉴 일색인 국영식당으로부터 손님들을 빼앗고 있다.

카스티요의 매니저 살디바(35)씨는 매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하루 평균 손님은 500명"이라고 했다. 손님 1인당 4달러씩만 쓴다고 해도 하루 매상은 2000달러다. 현재 쿠바인들의 평균 월급이 20달러임을 감안하면 이 식당에선 100명분의 월급을 단 하루에 벌고 있는 셈이다.

빠르띠꿀랄의 혁명은 민박집 '까사(Casa)'로도 알 수 있다. 지난 4년간 무려 1만여 개가 생겼다. 하루 숙박비로 20~40달러, 아침식사비로 5달러 내외를 받는다. 하루에 손님 1명만 받아도 한 달 수입은 750달러다.

식당과 까사 개업이 붐을 이루면서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 쿠바의 강남인 미라마르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후안 카를로스(28)씨는 "3년 전까지 미라마르 평균 집값이 3만500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13만 달러까지 거래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부동산 매매는 완전 개방되지 않아 기존 주택간 '맞교환'에 웃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택시 운전도 큰 인기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 택시인 '꼬꼬탁시(코코넛을 닮은 택시라는 뜻)'를 모는 호세(45)씨는 "아바나 시내를 오가는 클래식 자동차의 70~80%가 택시"라고 말했다. 아바나 시내 어디든 요금은 1달러다. 호세씨는 하루 평균 50달러는 번다고 했다.

지난 6월 라디오 방송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등록한 자영업자수는 5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고용한 직원 수는 1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자영업 분야 종사자는 쿠바 노동인구 500만 명의 30%에 해당한다.

개인 운영 레스토랑 '까사 빅토르'의 주인은 "쿠바는 반세기 동안 가난하기만 했다"면서 "고생만 해온 쿠바인들도 이젠 부자 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쓰나미"=14일 자정 아바나 시내 무역센터 앞. 줄잡아 100명은 넘을 듯한 인파가 계단과 인도에 주저앉아 하나같이 스마트폰이나 랩톱을 들여다 보고 있다.

현재 아바나 시내에서 와이파이가 되는 35개 장소 어디서든 밤새도록 인터넷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와이파이에 접속하려면 시간당 2달러의 '인터넷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국영 통신회사 'ETECSA' 매장에 카드를 사러 가봤다. 끝도 없이 늘어선 대기자 틈에 끼어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줄 선 인파 사이로 암표상들이 오가며 장사를 했다. 카드 1개당 1달러를 더 붙여 3달러에 판다. 아직까지 국가가 인터넷을 통제하는 쿠바의 현주소다.

쿠바=글·사진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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