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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상징물·거리공사 한창…"혁명은 보수중"

[광복 70주년] 빗장 풀린 쿠바를 가다<3>…손님맞이와 변화의 상징들

혁명광장·대성당·대형 예수상 새단장
관광 1번지 '오비스뽀' 거리도 파헤쳐
자영업도 허용…400개 개인식당 오픈


지난 13일 쿠바 수도 아바나의 혁명광장(Plaza de la Revolution).

1959년 쿠바 혁명의 상징인 7만2000㎡(17에이커)의 넓은 부지 위에선 투쟁의 함성 대신 망치소리와 크레인 기계음이 메아리쳤다.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쿠바 방문을 앞두고 미사 집전을 위한 단상과 성가대 단원 합창대 설치에 인부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과 외교관계 회복으로 지금 쿠바 곳곳에서는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시내의 대성당, 아바나 중심 구 국회의사당 '까삐딸리오', 시내를 내려다 보는 모로 요새 옆 대형 예수상 등 쿠바의 대표적인 상징물들은 보수 공사를 위해 철제구조물로 둘러싸여 있다.

헤밍웨이가 즐겨찾은 호텔이 있는 관광 1번지 '오비스뽀(Obispo)' 거리도 10여 블럭에 걸쳐 땅이 파헤쳐져 있다. 2개월전부터 대대적인 상하수도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취재 통역과 안내를 맡은 쿠바인 펠리페 이슬라(59) 씨는 "쿠바 사람들 누구에게나 '전에 없던 일이나 장소가 언제부터 생겼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4~5년전쯤이라고 답한다"면서 "2010년 9월 경제·사회 개혁 선언이 본격적인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개혁 선언 후 쿠바는 식당, 택시 등 178개의 업종에 대해 자영업을 허가했다. 그전에는 노점상인도 매상을 나라에 납금하고, 월급을 받았다. 특히 지난 5년간 아바나 시내에서만 400개의 개인식당이 문을 열어 식자재 매입 경쟁, 노동 창출 등 자유 시장 경제가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다.

4년 전 문을 연 산호세 시장도 변화의 상징중 하나다. 근처 거리에 산재해 있던 벼룩시장 재래 점포들을 항구의 대형창고로 모았다. 500여개의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내부는 한국의 동대문 시장을 연상케 한다. 이곳에서 모자 가게를 운영하는 토니(44)씨는 "산호세 시장에 입주한 뒤 벌이가 훨씬 좋아졌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시내 외곽으로 향했다. 아바나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대성당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동서로 난 무라야(Muralla) 길로 들어서면 쿠바인의 일상이 펼쳐진다. 철거 직전의 낡은 건물을 지날 때 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골목에는 정부 배급소에서 타온 물건들을 파는 불법 민간 배급소, 그 민간 배급소에서 남은 물건을 다시 파는 좌판들이 즐비하다. 달러를 바꿔 주겠다는 암상인들도 접근한다. 쿠바에서 환전은 국가만 할 수 있다.

가장 특이한 점포는 '산테리아(Santeria)' 상점이었다. 산테리아는 아프리카 토속신앙과 기독교가 섞인 쿠바 종교로 신 혹은 성인을 뜻하는 산토와 집합명사 리아가 합해진 말이다. 여러 신을 모신다는 뜻이다.

상점에선 60여 종의 말린 나무가지를 판다. 주인의 설명에 따르면 '빠라미(Parami)'라는 나무는 태우면 "집 나간 아내를 돌아오게 하는데 특효"라고 한다.

펠리페씨는 "최근 부자나 지식인 등 기득권층 사이에서 산테리아 신자들이 부쩍 늘면서 관련 상점도 많아졌다"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토속신앙에 기댈만큼 불안도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그 상징이 아바나시 북서쪽 '베다도' 거리에 있는 존 레논 공원(Parque Lennon)이다. 60년대 비틀스의 노래가 너무 미국적이라는 이유로 듣는 것조차 금지시켰던 쿠바가 2000년 공원에 존 레논의 동상을 만들었다.

공원 벤치에 앉은 형상을 한 레논 동상은 후안 곤잘레스(96) 할아버지가 관리한다. 동상의 안경을 훔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다.

펠리페 씨에게 쿠바의 '완전 개방' 시기를 물었다. 그는 "쿠바정부는 공식적으로 개방이라는 말을 금지하고 있다. 대신 '사회주의의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한다"면서 "중국, 베트남 등 다른 공산국가들의 개방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하나씩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현재 쿠바 정부의 개방 방향을 "혁명의 보수"라고 정의했다.

쿠바 시내를 이동하는 중에 여러차례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게 쳤지만 소나기만 잠깐씩 내렸다. 아직 쿠바를 뒤흔들 폭풍우는 오지 않았다.

쿠바= 글·사진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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