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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집밥이…"한국·서양식 버무렸어요"

이애주씨의 쉽게 만드는 퓨전식 '집밥'

표고버섯구이·물만두 에피타이저에
뉴올리언스식 토마토수프로 입맛 돋워
메인요리도 한식 묵은지돼지갈비찜에
동태전 변형한 동태말이스테이크 눈길
집밥이 맛있기로 소문난 이애주씨의 집을 찾았다. 미국에 이민 온 지도 무척 오래되었고, 잠시 한국에서 살기도 했던 이씨는 양국의 문화를 두루 경험하면서 퓨전식 레시피들을 만들어냈다. 손님을 자주 치르는 터라, 테이블 세팅이며 네임카드와 음식을 코스별로 설명하는 안내문까지 손수 만든다.
에피타이저도 한국식과 서양식으로 나누어 서빙하며 손님이 원하지 않는 메뉴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메인 코스도 한국식 전통 음식과 양식 스타일의 음식이 함께 나온다. 음식 안내문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지경이다. 안주인의 손님상에 대한 이런 가치관을 듣고 보다 보면, 한국 사람이라면 으레 고집스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감질나게 조금씩 나오는 것보다 한꺼번에 쩍 벌여놓고 먹는 게 훨씬 편하지 않나… 주인은 계속 만들고 서빙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먹자니 불편하지 않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갈 때, "내 집을 방문해준 손님한테 정성 어린 대접을 하고 싶다"는 이씨의 말을 들으면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그런 잡다한 걱정들이 기우임을 알게 된다.


이씨의 레시피는 복잡하지 않다. 재료도 간단한 편이고, 특히 손이 빠르다. 일의 순서도 잘 짜여 있어 손님들이 오기 전에 미리 해둘 것과 즉석에서 해야 할 것을 구분해서 정리한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까지 안주인을 따라 함께 만들어봤다.

에피타이저로 표고버섯구이와 물만두를 준비했다. 표고버섯의 밑동을 자르고 살짝 씻어 놓는다. 갈아놓은 소고기에 마늘, 후춧가루, 달걀을 넣어 잘 섞는다. 고기를 표고버섯에 채우고 20분 정도 브로일에 굽는다. 불을 끄고 체다치즈를 얹어 남은 열에 녹이면 완성.

두 번째 에피타이저는 '물만두'. 집에서 번거롭게 물만두를 어찌 만들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간단했다. 이애주씨는 중국인 친구에게서 물만두 만드는 비법을 배웠는데, 중요한 팁은 돼지고기 반죽에 물을 넣는 것. 물이 들어가면 육즙이 풍성해져 부드러운 만두소가 된다.

돼지고기 1파운드에 피시소스 1큰술과 물 반 컵을 붓고 골고루 저어준다. 여기에 부추와 파를 송송 썰어 넣고 다시 섞어준다. 부추의 뿌리 부분을 잘라서 먼저 넣어주고 마지막 단계에서 부추의 아랫부분을 잘라 넣어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시중에서 파는 작은 만두피에 만든 소를 넣고 반으로 접은 뒤 세 군데를 접어서 모양을 낸다. 만두를 물에 삶는 것이 관건인데, 끓는 물에 넣어 후루룩 끓어오르면 찬물 한 컵 붓기를 세 번 정도 반복하면 알맞게 삶아진다. 건져서 찬물에 헹궈준다. 재료가 간단한 데도 물만두의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고기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전혀 번거롭지 않아 조만 간에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메인 요리 전에 내는 수프는 '토마토셀러리수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셀러리의 강한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새우가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푸근한 맛이었다. 이 수프의 팁은 셀러리와 마늘. 셀러리를 기름을 두른 팬에 달달 볶아 토마토, 통마늘 2개 분량을 블렌더에 넣고 곱게 갈아준다. 냄비에 붓고 새우를 넣어 한소끔 끓이면 완성.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의 비결이 '마늘'이라고 한다. 마늘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듬뿍 넣어야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레드 페퍼를 넣어 매콤한 맛을 살리면 입맛이 확 돈다. 이씨가 뉴올리언스를 자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남부의 음식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연구한 요리가 바로 이 토마토셀러리수프다. 얼마 전에 전통적인 남부의 음식을 하는 레스토랑에 갔다가 영 낭패를 본 일이 있는 터라, 이 수프의 맛이 더 맛있게 다가왔다.

메인 요리로는 묵은지 돼지갈비찜과 동태말이 스테이크. 돼지갈비찜은 재료를 클락팟에 4시간 정도 두면 바로 완성. 동태말이스테이크의 아이디어는 이 집의 백미다. 동태전을 변형해서 미국 손님들에게 대접하려 만들었다고 한다.

길게 포를 뜬 동태를 물기를 꼭 짠 후, 할라피뇨를 반으로 가르고 맛살도 길이를 맞춰 동태로 돌돌 말아준다. 브로일에 넣어 20분 정도 굽는다. 불을 끄고 달걀 노른자를 발라 남은 열에 익힌다. 가니시로 깻잎 속에 달걀 물을 바르고 맛살을 다져 넣어 반으로 접은 후 팬에 살짝 지진다. 골든팽이버섯으로 장식을 한다. 값싸고 푸석한 동태의 맛이 쫄깃한 식감으로 입을 놀라게 한다. 매콤한 할라피뇨와 깻잎 전이 어우러져 분명 한식인데도 스테이크를 써는 기분으로 즐기게 된다. 자색고구마와 단호박을 갈아서 만든 소스는 달콤한 맛과 색감이 일품이었다.

조개들을 실에 꿰어 만든 접시 매트, 파인애플에 꽂은 화초… 전혀 값비싸지 않은 장식들이었지만, 늦여름 오찬을 누리기엔 넘치는 아름다움이었다.

글·사진 = 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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