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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가치절하는 무역전쟁 선포한 것"

중국 올 경제성장 7% 돼도 25년래 최저 예상
시장 반영한 환율정책 내세워 디플레이션 수출
전문가 "중국 국민에게 자국산 사라고 말하는 것"

중국이 10일 위안화 가치를 1.9%를 내린 데 이어 11일엔 1.6%, 12일엔 1.11% 평가절하했다. 중국의 전격적인 조치에 요동치던 국제 금융시장은 오히려 3일째는 안정을 되찾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가는 하락세를 멈추거나 상승으로 돌아섰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화는 점점 안정되고 있다. 앞으로 절상 추세로 복귀할 수 있다"며 충격파 진화에 나섰다.

진정세에도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하락 효과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정책 목표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주식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중국의 조치가 나온 10일 "시장은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하를 무역전쟁의 시작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증거로 애플과 GM의 주가하락을 내놓았다. 이날 애플 주가는 2014년 1월 이후 최대폭인 5.2% 하락했다. 애플에게 중국은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위안화 가치하락은 표면적으로 통화전쟁, 환율전쟁이지만 최종 목표는 무역전쟁의 선포다. 크레이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정부가 국민들에게 중국산 제품을 사라고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싼 위안화는 강한 달러를 의미한다. 이는 미국 상품의 가격을 높여 중국에 수출하는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준다. 또 중국 상품의 가격을 낮춰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물건이 늘어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8월 들어 발표된 지표다. 7월 들어 중국의 수출은 -8.3%를 기록했다. 내수의 바로미터인 신차 판매는 -7.1%였다. 중국은 최근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리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결과는 수출과 내수의 동시 급락이었다. 이 중 수출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35.7%에서 2014년 22.6%로 계속 줄고 있다. 그렇다고 내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생산자가격은 4년 연속 하락하며 디플레이션의 문턱에 와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상황이 비관론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극단적인 조치가 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위안화 가치하락은 밖으로는 수출을 늘리고 안으로는 자국산 물품의 판매를 늘린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 제조업의 대규모 일자리 감소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과 대만,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지난 12개월 동안 1조1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 1년간 달러는 20%나 가치가 올랐지만 나머지 지역은 위안화 대비 통화 가치가 평균 20% 하락했다. 그만큼 중국산 제품이 비싸졌다. 실제로 2014년 일본과 브라질에 대한 수출은 한 해 전보다 각각 0.5%와 3.5% 줄었다. 수출액 1, 2위를 차지하는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은 각각 7.5%와 9.7%로 한자리수 증가에 그쳤다.

물론 중국의 조치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조치를 일본처럼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싶지만 고정환율제도로는 힘들기 때문에 시장의 움직임을 더 많이 반영하는 개방형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석한다. 환율에서 시장의 힘을 인정하는 데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에 편입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 IMF는 올해 말에 기존의 SDR 통화인 미국달러와 유로, 파운드, 엔화에 위안화를 추가하느냐를 심사한다. IMF는 중국의 조치에 대해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통합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난 2005년 달러와 연동된 페그제를 관리변동환율제로 바꾼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실질적인 개혁 조치로 평가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환율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로빈 브룩스 수석전략가는 "최근 몇 달 동안 위안화 가치는 사실상 달러에 고정되면서 크게 요동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중국이 연준의 금리인상에 앞서 환율의 융통성을 좀 더 확보하려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브룩스 수석전략가는 "인민은행의 움직임이 대대적인 가치절하의 시작이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도 12일 "중국의 의도를 단정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면서 "위안화가 달러에 밀려 절상돼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정부가 실제로는 무역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절하를 기획하면서 시장개방을 핑계로 내세운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일본 모넥스 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선임전략가는 "위안화 절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달러와 한국의 원화, 대만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며 이날 중국의 조치는 통화 평가절하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양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방크 등은 이미 10일 중국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10%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같은 큰 덩치의 경제에는 큰 폭의 평가절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13일 극히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한 데는 '10% 절하' 예측이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중에는 중국의 수출보다 디플레이션을 더 큰 문제로 보기도 한다. LA타임스는 지난 11일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이 디플레이션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번 조치로 중국이 수출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디플레이션 압박은 어느 정도 풀 것으로 진단했다. 중국은 올해 경제상황이 악화돼 공식 목표인 7% 경제성장을 달성해도 25년래 최저성장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들어선 20여 년 전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짐 크레이머는 좀 더 직설적이다. 그는 중국의 조치를 일본과 유럽이 보였던 움직임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진단한다. 수출을 늘려 경제를 굴러가게 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 기업의 판매를 빼앗았다. 미국의 수출은 억제하고 미국의 수입은 늘리는 것이다. 이게 먹혔다."

미국은 고용을 제외하면 회복이 전혀 강하지 않다고 크레이머의 진단한다. 그는 "중국이 미국에 선포한 무역전쟁을 연방준비제도가 염두에 두지 않으면 9월 금리인상으로 미국은 다시 경기침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9월 금리인상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7~11일 사이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82%가 9월 인상을 예상했다. 반면 블룸버그와 로이터 조사에서 9월 인상을 예상한 이들은 40% 이하로 떨어졌다.

안유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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