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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자본주의 비판해야 할 기독교가 거기 물들어"

시대적 멘토 손봉호 교수에게 기독교를 묻다


*손봉호 교수의 영상은 koreadaily.com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내세’에 대한 신앙 잃으니
교회가 비도덕적인 일도 해

“마음속에 경찰이 없어졌다”
윤리는 타인의 이익 위한 것

완전히 땅바닥에 떨어져야
기독교의 새싹이 돋아날 것


손봉호 교수는 이 시대의 멘토로 불린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윤리학자다. 늘 약자를 생각하고, 이웃을 고민한다. 기독교적 윤리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가 시대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에는 울림이 있다. 세대와 계층, 종교를 떠나 한국 사회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다. 손봉호 교수가 집회와 강연 등을 위해 10년 만에 LA를 찾았다. 지난 6일 그를 만나 기독교 윤리의 가치와 중요성을 들어봤다.

글=장열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왜 윤리인가.

"한국 사회는 윤리 의식이 상당히 약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건 동시에 오늘날 기독교가 안고 있는 약점이기도 하다. 미주 한인 사회도 마찬가지 상황일 거라 본다."

-윤리 의식이 약한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차세(此世)' 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차세적 사고는 모든 삶의 의미를 이 세상에서 충족한다. 그러려면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기독교에는 '내세(來世)'가 있다. 문제는 기독교 신앙이 내세에 대한 참된 소망을 잃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교회가 비도덕적인 일도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면 할 수 있는 이유다. 마음속에 '경찰'이 없다."

-무엇이 윤리인가.

"쉽게 말해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타인이 '나' 때문에 손해를 보느냐, 이익을 보느냐의 개념이다. 규범대로 바르게 행동하는 건 낡은 윤리의 개념이다. 현대사회는 타인과 더불어 산다. 나는 올바른 윤리를 '나의 동기'에서 찾기보다는, '타인'을 위한 가치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뿐 아니라 오늘날 각종 문제도 결국 윤리 문제다."

-타인을 위한다는 건.

"신앙이 하나님과의 관계라면, 윤리는 이웃과의 관계다. 성경도 가장 먼저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말씀한 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지 않나."

-교인이 아닌 사람은 어떻게 윤리성을 갖나.

"지금은 '비정직'이 수용되는 사회다. 그래서 '사회적 문화'라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사회 속에서 기독교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기독교인이 각 분야에서 성경적 가치관을 갖고 작은 부분에서부터 정직하게 살며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렇게 못하고 있는 이유는.

"항상 이기심은 비윤리와 같이 간다. 결국, 잘못된 신앙관 때문이다. 즉 '나'를 위한 신앙이다. 그게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게 집단이기주의다. 그건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신앙이 아닌 '우리'를 위한 신앙의 형태로 나타난다."

-교회는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욕을 먹는다.

"그동안 교회는 '우리'가 괜찮으면 '축복'이라고 했다. 설령 그 때문에 사회가 피해를 본다 해도 '우리'에게 명분이 있고 이익이 된다면 감행했다. 이웃을 생각하고 위하는 성경적 윤리 개념이 없어서다."

(기자는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3000억 원짜리 교회 건축, 담임목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사랑의교회 사례를 물었다. 손 교수는 당시 사랑의교회를 향해 '죽었으면 살았을 걸'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바 있다.)

-세상은 왜 교회에 실망하나.

"장기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비윤리적 행위로 인한 피해는 대개 약자가 입는다. 차라리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면 어땠을까. 큰 돈을 들여 교회를 크고 멋지게 지었을 때 세상이 과연 기독교의 하나님을 '와~'하며 대단하게 여겼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건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일이 아니다."

-기독교는 '죄성'을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윤리는 어렵지 않나.

"당연히 인간은 죄성이 있다. 이기적이다. 하지만, 그래서 기독교 아닌가. 그럴 때마다 회개하고 유혹을 떨치고 '나'를 죽이는 게 신앙이다. '이타(利他)'가 체화되어 예수를 닮아가는 게 기독교의 길이다."

-윤리는 행위인가.

"그 말은 잘못된 기독교 보수 신앙에서 기인한다. 분명한 건 기독교는 도덕주의를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다. 도덕, 선행, 행위 등이 구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직 '은혜'로 구원받는다. 하지만, 믿음만 강조되다 보니 은혜가 너무 값싸졌다. 올바른 신앙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귀하게 여길 줄 안다면 삶에서 어찌 다른 부분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손 교수는 "윤리를 강조하다 보니 한국 보수 교계에서는 나를 애매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단호하게 "나는 철저한 칼빈주의자"라고 규정했다. 칼빈 사상은 기독교 보수 신학의 근간이다.)

-기독교의 현재 상황은.

"한때 승리에 도취해서 교회를 크게 늘리던 모습 같은 건 많이 사라졌다. 기독교 내부에 부패한 세력들도 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비판을 많이 받으니까 나름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미미하지만 곳곳에서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깨어있는 젊은이들도 보인다."

-제도권 기독교는 개혁될 수 있는가. 아니면 무너지고 새로운 모습이 돼야 하나.

"물론 자체적으로 성경적인 개혁이 이루어졌으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흠…그게 정말 될까. 시대적으로나 기독교 내부적으로 교회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나는 아무래도 기독교가 완전히 땅바닥으로 떨어져야 '새로운 싹이 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다. 기독교가 사회에서 완전히 무시당하고, 교인이 된다는 게 세상에서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될 때 다시 새로워질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제도권의 '파워(힘)'는 센 듯하다.

"그게 세속적인 파워이거나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힘이 아니어야 하는데…손해 볼 줄 아는 파워, 그게 기독교다. 십자가란 그런 것 아니겠나."

(손 교수는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그는 최근 언론인을 위한 '울타리포럼'에서 "교회가 돈을 무시하기 전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돈은 나쁜가.

"나쁘다. 21세기의 우상은 돈이다. 내가 이렇게 래디컬(radical)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지금은 돈이 중요하고, 모든 게 돈에 의해 운영되는 시대라 그렇다. 돈은 수단이다.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돈을 나의 쾌락과 이익만을 위해 벌다 보니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졌다. 돈보다 고귀한 건 너무 많다. 나는 돈을 벌지 말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노동을 하고 돈을 버는 건 성경적으로도 축복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과 동시에 '나눔'과 '절제'가 강조돼야 한다."

-돈이 목적이 되는 이유는.

"지금은 개천에서 용 나는 게 불가능한 시대다.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으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결혼마저도 그렇게 됐다. 돈의 범위가 넓어지니, 돈에 대한 유혹도 넓어졌다. 인류에게 지금의 자본주의는 재앙이다. 자본주의가 건강해지려면 자본주의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오늘날 기독교가 해야할 역할 중 하나다."

-자본주의 속 교회의 역할은.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한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는 돈을 버리고 가난해져야 한다. 공산주의는 없어졌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그 자리에 대신 서서 세속의 가치를 무시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해야 하는데 지금의 기독교는 오히려 자본주의에 물들었다."

-교회는 꼭 목소리를 내야하나.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기독교가 사적 영역으로 굳어졌다. 공적 영역을 사회나 경제, 정치 등에만 맡겨버리니 교회가 사회에서 변두리화 됐다. 기독교는 매일 입는 '양복'이 돼야 한다. 가끔 특별한 날에만 입는 '한복'이 되면 안 된다."

-바른 기독교인을 키워내려면.

"결국 목사 수준에 달렸다. 교인들은 어쩔 수 없이 목사 설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목사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데…지금은 신학교육도 그렇고…과거 한국교회가 힘들고 핍박받을 때는 오히려 목회자의 수준이 높았다. 그때는 사회적으로 존경도 받았다. 정말 복음에 대한 열정과 순수한 신앙 외에는 목사가 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이유도 많아졌다."

-윤리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은.

"너무 많다. 그리고 상당히 쉽고 간단하다. 예를 들어 물건을 팔 때나, 직장에서 일할 때 정직하게 행동하고, 내가 조금 손해를 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면 욕심부리지 않는 거다. 주차할 때 타인을 배려해서 먼 곳부터 세우고, 예배 때 불편한 의자가 있으면 그냥 내가 가서 앉는다. 예수 믿는 사람은 열심히, 정직하게 일해야 한다. 타인에게는 손해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인터뷰 내내 손 교수의 행동이나 태도는 매우 겸손했다. 40세 이상 차이 나는 기자에게 깍듯한 경어체를 썼다. 말투는 매우 부드러웠다. 하지만, 메시지에 담긴 의미는 강했다. 그는 쓴소리도 한다. 그래서일까. 한국 사회는 관점에 따라 그를 '진보' 또는 '보수'로 가른다.)

-더러 색깔론에 시달리지 않나.

"물론 그렇다(웃음). 하지만, 그런 굴레를 덮어쓰는 건 기독교인에겐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그런 말에 휩쓸리지 않으려한다. 보수가 옳은 것도 있고, 진보가 옳은 것도 있다. 다만, 나는 기독교적이다. 성경 적으로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한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을 사랑하면 미국에서 좋은 시민이 돼야 한다. 여기서 존경받는 시민이 되는 게 한국을 높이는 거다. 우리가 성경적으로 살면 그 수혜는 2세, 3세들이 받는다. 거꾸로 그렇게 살지 않으면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한인 교회들이 한국 교회를 도우려 하지 말고, 그 자체로 성경적인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또 이곳의 젊은이들은 영어를 잘하지 않나. 한인 교회가 국제적인 선교사 인력을 많이 배출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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