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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치를 세계음식의 대통령으로

김령의 퓨전에세이 575

25년 전쯤 LA 올림픽 때 선수들의 공식 메뉴로 인정받았었으니 이제 김치의 국제성은 입증된 것이다. 두부를 자기네 고유음식이라고 빼앗아 갔던 일본이 겁도 없이 김치도 자기네 것이라며 김치시장을 점령하더니 이젠 중국까지 나서서 난리다.

김치 원조국인 한국에까지 김치를 수출하고 있는데 해마다 두 배씩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김치 수출량은 줄어들고. 이유는 한국 배추가 중국배추 값의 5배정도 된다니 매일 대량으로 김치를 보급해야하는 단체급식소에서 자연히 싼 중국김치를 쓰는 건 나무랄 수가 없지 않는가.

또 소금에 절인 배추를 반 가공 상태로 수입하기도 한다는데 이 때의 양념도 그렇다. 기상이변이 잦아 어획량이 줄어 젓갈 값이 오르기도 하고 걸핏하면 찾아오는 가뭄과 홍수에 전답을 잃어 고추 값도 폭등하고 마늘 값도 그렇다니 수입을 막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김치 생각만하면 억울했었다. 돈이 이웃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간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 김치를 흉내 낸 가짜가 더 많이 퍼지다보면 우리 맛의 진수를 모르고 세계인들이 가짜에 길이 들어 우리김치를 거부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맛은 소금이다. 육류건 채소건 곡물이건 소금 없이는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소금을 제1의 맛, 이것저것 섞어 만든 드레싱이나 마요네즈, 케첩 등 소스가 제2의 맛, 제3의 맛은 바로 감칠맛을 내는 발효식품인 것이다.

식품 자체가 삭으면서(발효되면서) 내는 맛, 간장, 된장, 고추장, 각종 젓갈 그리고 김치, 깍두기 등이 바로 제3의 맛이다. 25년 전 유엔 산하 유엔대학 주최로 발효식품에 대한 세미나를 가졌는데 우리의 젓갈류가 단백질의 분해 작용, 풍부한 유산균, 비타민, 무기질, 맛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식품으로 평가 받았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야채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역할은 고추 속에 든 켑사이신이 맡았고, 항생제가 없던 시절 마늘 속의 알리신이 페니실린 역할을 했고, 금까지 녹이는 파가 지방질을 분해했으니 우리 조상들이 만든 김치에 감탄할 뿐이다.

수년 전 김치를 아삭아삭하게 하는 연구도 우리가 해냈다. 그리고 김치의 유산균 속에서 위염이나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유해세균을 강하게 억제하는 물질도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항균 펩티드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펩티드는 헬리코 박터, 리스레리아, 이질의 원인균인 쉬겔라, 폐혈증의 원인인 비브리오, 살모넬라균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해서 안심이다. 조상이 물려준 좋은 식품을 후손이 완성한 듯해서 기쁘다. 김치 종주국으로서 체면이 좀 서는 것 같다.

하긴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사 오던 새우젓이 일본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내다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네 것 내 것 따질 수만도 없을 것 같다. 먹거리의 세계화이다. 그런데 지난 6월 맺은 자유무역협정에 의하면 한국과 중국은 의료기기, 전자제품, 김치 등 90%이상의 상품에 향후 20년 동안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리라 한다.

김치를 발효식품으로 인정해주면 수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되나 한국김치의 미래가 중국 손에 달렸다는 신문기사는 또 한 번 우리를 억울하게 한다. 그러나 김치 종주국답게 김치 보완절차까지 베풀어 세계인들이 김치 덕을 크게 본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김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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