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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악질 공익소송에 분노하다

이계숙/자유기고가

장애인들의 공익소송에 관한 내 글을 읽었다는 독자의 편지를 받았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독자는 작년 봄, 그동안 말로만 듣던 공익소송을 당했다고 했다. 식당 입구의 턱이 높아 휠체어가 굴러갈 수 없게 돼 있다는 이유였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겁도 나고 당황하고 있던 중 그쪽 변호사한테서 연락이 왔다. 3000달러를 주면 소송을 취하해주겠다고. 그는 얼른 그 돈을 줘버렸다. 맞서는 것보다 원하는 금액을 주고 '먹고 떨어져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영어도 짧고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귀찮으니까.

그리고는 안심하고 있었는데 몇 달 전, 같은 이유로 또 소장을 받았다. 이번에는 다른 장애인이었고 다른 변호사였다. 그는 분노했다. 그리고 크게 후회했다. 힘들더라도 처음부터 철저하게 대응할 걸. 지금 그는 변호사를 선임해 그 허울좋은 '공익소송'과의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지적된 시설을 정해진 기간 안에 개선하거나 설치하면 벌금을 안 내도 되는 법이 새로 생긴 걸 알았단다. 그는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 않겠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요.

그는 지금도 많은 한인업소 주인들이 공익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악덕 장애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거라면서 '절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고 끝까지 맞서 싸웠으면 좋겠다'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장애인이 특권이라도 되는 양 기세등등해진 데에는, 권리를 권력으로 변질시켜 횡포를 부리는 데에는 한인업소 주인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서.

그렇다. 그런 짓을 자행하게끔 우리가 멍석을 깔아주었다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한인업소를 걸고 넘어져 봤자 땡전 한푼 나오는 것 없더라는 인식을 갖게끔 처음부터 강력한 '본때'를 보여주지 못했으니까. 한국인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나서서 해결하기보다는 좋은 게 좋다고 대충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부당하고 억울한 경우를 당해도 그냥 참는다. 내가 조금 손해보면 되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하면서.



그런데 내가 더럽다고 피한 똥을 다른 사람이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너도나도 더럽다고 똥을 피해버리면 이 세상은 온통 악취가 진동하는 똥밭이 될 것 아닌가. 누구라도 나서서 똥 싼 사람을 응징해야지.

누가 말했다. 이계숙씨는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계도하는 글보다는 그저 할배들과 지지고 볶는 얘기나 쓰는 게 어울려. 나도 안다. 정의로운 척, 올바른 척하는 글 써봤자 '니나 잘 해라'는 반응이 돌아온다는 것을. 그렇지만 가끔은 짚고 싶다. 내가 의협심이 강해서가 아니라 틀린 것을 보고도 눈 감는 것은 비겁하니까. 직접 해결은 못하더라도 목소리는 높일 수 있으니까.

혹자는 말할 것이다. 혼자 그래봤자 안돼. 계란으로 바위치기야. 그냥 모른 척 해버려. 계란으로 바위를 아무리 쳐봤자 바위는 꿈쩍도 안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바위 겉면에 계란을 친 흔적은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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