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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Story] 미주 한인 무용계에 바란다

무용은 군중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기원전의 벽화에서 보듯 무용의 근원은 춤꾼의 몸짓을 표현언어로 사용하는 장르의 특성상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랜 예술형태라는 연구 기록도 있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역사 곳곳에 무용은 늘 이벤트용 행위예술로 등장해 왔다.

무용은 볼거리로서의 가치 때문에 존재한다. 그러나 무용이 행사에 동원되어 이벤트성의 볼거리로 그치고 만다면 예술무용이라 볼 수 없다. 단순한 기능나열에 불과한 상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미주에서도 한국을 알리는 커뮤니티 행사에 무용은 여지없이 한국전통무용이라는 미명 아래 여흥 순서 단골메뉴로 올라온다. 무용으로 치장되었을 뿐 작가의 삶과 혼이 바탕이 된 진정한 예술무용과는 거리가 멀다. 유감스럽게도 미주의 한인 무용은 많은 부분 행사용 들러리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왜 무용을 하는가', '나의 무용은 예술인가' 아니면 '상행위에 지나지 않는 행사용 기능전시에 불과한가'에 대한 자문과 고찰이 없다. 그래서 미주 한인 무용계에서 무용활동은 많지만 무용작품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발표회라는 이름의 무용행사가 즐비해도 정작 무용가 역시 보기 힘들다.



무용은 엄연히 하나의 예술장르이다. 무용이 행사용 이벤트성의 낮은 차원에 머물지 않고 예술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용이 철저히 창작일 때만 가능하다. 상업주의에 타협하지 않고 예술인으로서 끝까지 자존 의식을 지키는 무용인들의 예술가적 자세가 아쉽기만 하다.

최근 열리고 있는 무용 공연을 보면 본국 무용인들을 초청해 빛을 내려는 사례를 종종 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미주 무용인들의 그간의 연구활동과 작품연마의 과정, 이러한 시간을 통해 얻어진 창작 무용의 실체다.

전통춤 위주로 흘러온 한국무용의 특성상 이민사회 한인무용계의 본국지향성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국에서 인정하지 않은 지회라는 명칭이 함부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회라는 말은 본국 본회의 정식 인준과정을 거쳐 인정받았을 때 사용될 수 있는 공식 명칭이다. 지회의 필요성, 지회장의 운영능력과 실력, 자질 등이 공식적으로 검증되었을 때 비로서 지회로 인정되고 행세할 수 있다.

그동안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본국의 전통춤 혹은 명무보전회가 미주지역의 지회 운영을 승인한 경우는 없다. 이는 무용행위는 있되 무용가는 없는 미주 한인무용계의 현주소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춤들과 명무로 인정받은 춤의 보존, 전승을 위해서도 미주에서 지회 활성화가 이루어지면 바람직하겠지만, 불행히도 이곳 무용인의 역량이 제대로 지회 활성화를 위한 자질과 수준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씁쓸하다.

무용이 예술로서 승화하려면 끊임없이 창조하고 연구하는 무용인의 치열한 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혼과 정신이 살아 숨쉬는 춤을 추는 무용인, 무대에서 만나는 무용인, 작품 속에서 거듭 태어나는 무용인이 보다 많이 배출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이병임
<무용평론가·우리춤보전회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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