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토리] 탱고 닮은 아르헨티나 와인
배문경
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GL WINE CLUB 회장
이러한 탱고와 꼭 닮은 와인이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아르헨티나의 고급 와인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1세기 가까이 지속된 정치적 불안정과 경기침체를 막 벗어나던 시기였다. 아르헨티나 와인을 이야기하자면 칠레 와인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칠레는 말벡 포도품종의 재배방식에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국제적인 입맛에 맞도록 변화시켰고 그 와인에 더 높은 가격을 매겨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와인산업을 재창조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가장 혁신적인 와이너리들은 칠레의 방식으로 와인산업을 혁신시켰다. 이후 아르헨티나 와인산업은 꾸준히 발전했으며 단순하고 거친 아르헨티나 와인이 많이 남아 있지만 현대적인 품질과 가격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결국 아르헨티나 와인의 현대화는 성공했으며 전 세계 36개국 70여 개 이상의 도시로 수출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와인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말벡이 있다. '아르헨티나 와인은 말벡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벡 포도 품종은 아르헨티나 와인의 힘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요 말벡 와인들 중에서 보데가 노통은 아르헨티나의 중저가 와인들 가운데 소비자의 호평을 받는 와인이다. 좋은 빈티지의 펠리페 루티니 말벡은 견고한 구조를 지녔으며 은은한 오크향 덕분에 우아하기까지 하다. 타피스는 미국의 거대 와인회사 켄달 잭슨이 소유한 브랜드로 1990년대 초반 수출시장에 맛있고 가격도 적당한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스파이시한 블랙베리향의 말벡 리제르바는 기대에 정확히 부응한다.
안데스산맥의 영향을 받은 포도나무들은 가파른 경사면에서 자라고 있고 강하고 스파이시한 느낌의 말벡 시라 템프라니오가 이곳에서 생산되며 대부분 블렌딩 와인이다. 따스하면서도 건조한 기후와 안데스산의 눈이 녹아 흐른 물을 마시면서 자란 포도나무들이 와인을 만드는 최상의 컨디션을 지니고 있다.
와인 생산량 세계 5위인 아르헨티나에는 4개의 주요 와인생산지가 있으며 가장 중요한 곳이 멘도사이며 산 후안 라 리오하 살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중 멘도사는 주도적인 와인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와인 산업의 핵심이다. 아르헨티나의 90% 이상 포도원을 가지고 있고 생산되는 와인들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산악성 기후의 900~1100m의 고지대에서 주로 말벡이 재배된다.
산 후안은 멘도사의 위쪽에 있으며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지역이다. 아페리티프 와인인 버머스와 뮈스카텔을 생산한다. 라 리오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페인 선교사들이 처음 와인을 생산했던 지역 중 하나로 아르헨티나 와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로마가 풍부한 토론테스를 주로 생산하며 시라 샤르도네 품종도 생산하고 있다. 살타는 아르헨티나 북부에 위치하였고 기후와 토양도 멘도사와 다르지 않다. 이곳은 향기로운 토론테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며 가장 오래되고 전통있는 와인산지로 가파야타 계곡 일대가 잘 알려져 있다.
아르헨티나 와인은 영국 프랑스 칠레 스위스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의 회사들이 대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 비교해 수퍼 프리미엄급의 와인들은 크게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르헨티나 와인들을 보면 가격 대비 훌륭한 품질의 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실제로 내수 환율의 불안정 때문에 아르헨티나 와인은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사면 20~30%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더 새롭고 더 싸고 더 맛있는'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은 단연코 아르헨티나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포도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었고 와인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말벡 한 잔으로 아르헨티나의 드넓은 안데스산맥의 풍광과 탱고의 열정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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