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미박물관 청사진…3가지가 빠졌다
1. 한국 상징 색깔이 없어
2. 수장고가 보이지 않아
3. 세부계획도 공개 안해
그만큼 오랜 기간 한인사회가 절실하게 바란 숙원 사업이다. 홍명기 KANM 공동이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LA시 소유 부지를 사실상 무상임대하게 된 뒤 지난 2년 3개월간 이사진이 거의 매달 1~2차례씩 만나 건축계획을 수십 차례 고치고 또 고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단독 건물로 짓겠다던 건축 계획이 변경된 배경은 결국 돈 때문이다. 3000만 달러로 추산되는 막대한 건축 예산과 향후 운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지속적인 수익원을 고민했고 그 현실적인 대안이 '아파트' 복합 건물이었다. 박물관 전용면적의 일부를 아파트에 내주는 대신 '경제적인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홍 공동이사장은 "('아파트+박물관' 최종 계획안이)나오기까지 이사진 등 관계자들의 고심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사진들은 이날 허브 웨슨 시의장과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의 축사에 큰 박수로 남다른 감회를 표현했다.
그러나 이사진들은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외부의 냉정한 시각으로 볼 때 계획안은 온전치 못했다. 3가지가 빠져있었다.
▶한국적 조형미가 없다= 우선 건축 디자인상의 한국미다. 경제적 측면에 주력한 나머지 조형미를 살리지 못했다.
이날 참석한 주류 언론 기자는 "조감도만으로 볼때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이라는 간판을 떼면 여타 박물관과 구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한국을 상징하는 '색깔'조차 없었다. 흰색 일색이어서 언뜻 보기에는 오히려 호텔이나 병원 건물에 가깝다는 평가다.
▶수장고가 없다= 또 박물관으로서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초대된 USC 동아시아 도서관의 케네스 클레인 관장은 "도면상에는 박물관 수장고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박물관이 수장고 없이 어떻게 유물을 보관하고 보존하려는지 부연 설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매스터플랜이 없다= 이외에도 향후 세부 계획도 공개되지 않았다. 한 주류 언론 기자는 "통상 커뮤니티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건축 기금 모금 계획과 개략적인 착공 완공일을 공개하지 않느냐"면서 기자에게 세부 계획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이렇게 '3무' 기자회견이 된 배경은 급하게 서둘렀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웨슨 시의장 사무실에서 그간의 결과물이라도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면서 "좀 더 꼼꼼하게 계획안을 구성하려 했지만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박물관측은 "박물관의 주인은 한인"이라고 했다. 주인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박물관 계획이 변경됐고 주인들이 알아야 할 내용들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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