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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명왕성을 향한 미국의 집념

이종호/논설위원

별은 인간 상상력의 원천이다. 본능적으로 시원(始原)의 향수에 잠기게 한다.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어린 왕자' '별들의 고향' '별에서 온 그대' 'E.T' '인터스텔라' 등등.

우리 조상들도 별을 보며 견우직녀의 슬픈 전설을 만들어 냈다. 로마인들은 신화속 신들의 이름까지 동원해 온갖 별자리 이야기들을 남겼다. 우리도 별을 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를 생각했던 시인 윤동주의 마음으로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하지만 현대과학은 이런 별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밤하늘을 가로질러 흐르는 은하수는 1천억 개나 되는 무수한 별무리라는 것,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1천억 개 이상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푸른 하늘 은하수'를 건너가는 '하얀 쪽배'는 더 이상 신비감이 없어졌다. 빛의 속도로 가도 수천, 수만년 걸린다는 별,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별은 오래 전 이미 사라져 없어졌을지 모른다는 사실도 김이 빠지게 만든다. 우리 인간들이 지지고 볶고 사는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는 50억년 전에 생성됐으며, 다시 50억년 후에는 완전히 소멸할 것이라는 사실은 또 얼마나 비감한가.

그럼에도 별을 향한 인간의 호기심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막으로, 산으로 별을 보러 가고 별 사진을 찍으러 간다. 끊임없이 새로운 별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그 비싼 돈을 들여 우주탐사선도 보낸다. 더 알고 싶고, 더 상상하고 싶어서다. 지난 주 내내 우리의 눈과 마음을 들뜨게했던 명왕성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도 같은 맥락이다.



지구에서 명왕성까지의 평균 거리는 약 48억㎞, 빛의 속도로 가도 4시간30분을 가야 하는 먼 거리다. 뉴호라이즌스는 2006년 1월 발사 후 9년 6개월 동안 초속 14㎞의 속도로 그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인류가 처음 보는 얼음 왕국의 신비로운 모습들을 찍어 보내고 있다. 그 먼 곳을 오차 없이 찾아가고, 또 그 먼 곳에서 생생한 사진을 전송하게 조종하는 인간의 과학기술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더 감탄스러운 것은 어찌 보면 쓸 데 없고 무모하기까지 한 이 일에 그렇게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다.

사실 명왕성은 미국 천문학의 자존심이었다. 태양계 다른 행성은 모두 유럽인이 발견했지만 오직 명왕성만 미국인이 찾아냈기 때문이다. 2006년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다른 행성에 비해 너무 작고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을 때 가장 반발했던 나라도 미국이었다. 그래서 미국이 명왕성에 더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가장 근접하던 날,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온 미국인들도 박수치고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런 모습들에서 미국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본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실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나라 미국, 그러면서도 여전히 무모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하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는 그런 도전에 의해 한 걸음씩 내딛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같은 나라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것 역시 이런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도 별을 본다는 것은 꿈을 꾸는 일이다.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고, 영성가가 되는 일이다. 동시에 별에 대한 관심은 과학의 눈으로 우주와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시작이기도 하다. 뉴호라이즌스와 명왕성 이야기는 이 점을 새삼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 명왕성을 발견한 미국인은 클로이드 톰보라는 애리조나주의 아마추어 천문가였다. 1997년 사망하기 전 그는 자신의 시신을 태운 재를 우주로 보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지금 그의 유해 일부는 뉴호라이즌스를 타고 명왕성 곁을 날고 있다. 이 또한 낭만의 극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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