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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보다 400배 비싸…'모유 시장' 뜨겁다

지금까지 비영리기관이 중환자실 미숙아에 공급
영리기관 뛰어들며 물량확보·제품개발 경쟁 시작
보디빌딩·치료 등 성인 수요도…관련 규정 미비


문제 하나. 원유보다 400배 비싸고 철광석보다 2000배 비싼 것은?

정답은 모유다.

현재 모유의 가격은 1온스에 4달러 수준으로 우유보다 150배, 커피보다 15배 비싸다.



최근 뜨거운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유는 하나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모유와 관련된 법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준비작업에 들어가는 주들이 늘고 있다.

모유거래의 기본 성격은 남는 젖을 버리기 아까운 산모가 젖이 모자란 산모에게 기증하는 것이다. 모유은행은 미국에서도 20세기 들어 번창하다 1980년대 HIV의 등장으로 침체기를 경험한 뒤 북미모유은행협회(HMBANA)가 창설되면서 활기를 띄게 됐다. HMBANA는 현재 북미에 18곳의 회원은행을 두고 있으며 2년 안에 10곳이 더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비영리 모유은행인 HMBANA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영리 모유은행이다. 1999년 몬로비아에 문을 연 프로랙타와 2009년 오리건에서 창업한 메도랙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개인간 거래를 돕는 일종의 모유장터인 '온리 더 브레스트'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모유판매 사이트가 갈수록 늘고 있다. 온리 더 브레스트의 공동 창업자인 글렌 스노우는 4만9000명의 멤버와 6500만 온스의 거래량을 바탕으로 곧 새로운 영리 모유은행을 열 예정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모유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미숙아들에게 간다. '어머니의 젖 은행'의 서머 켈리 국장에 따르면 몸무게 1, 2파운드의 미숙아들은 위가 너무 약해 포뮬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물론 생모의 모유가 가장 좋지만 아직 모유가 나오지 않거나 너무 적으면 기증자의 모유를 사용해야 한다. 생모가 모유를 먹일 수 없는 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할 때도 기증자의 모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HMBANA가 제공하는 모유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 모유를 지원받는 산모는 4000명 선으로 전국 병원에서 필요한 양을 공급하려면 6만 명의 기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소아과학회 소속의 로리 펠드먼-윈터 박사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미숙아 모두가 기증자가 제공하는 모유를 공급받는다고 가정하면 공급량이 충분할 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모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영리기관이 커지자 비영리기관과 영리기관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비영리기관은 영리기관이 돈을 주고 모유를 사들이면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비판자들은 "영리기관이 기증자에게 돈을 주면 비영리기관으로의 기증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메도랙의 엘리나 메도 창업자는 "영리 기업은 모유의 유통기간과 유통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비영리기관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메도 창업자는 "우리는 이전처럼 수 백 온스 규모가 아니라 수 천 갤런 단위로 모유를 처리한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모유 기증에 대한 인센티브가 늘어나면 산업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비영리기관들은 기증자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이들은 병원에 온스당 몇 달러에 팔고 이를 기증자 검사와 모유의 파스퇴르 처리 비용 등으로 사용한다. 영리기업은 기증자에게 온스당 1~2.50달러를 주고 병원에는 4달러에 제공한다. 온리 더 브레스트에서는 온스당 2.50달러에 거래된다.

프로랙타는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 등의 영양소를 강화한 모유를 2.76파운드 이하의 미숙아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이 제품은 온스당 180달러로 60일치 사용량의 가격은 1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랙타는 이 제품의 가격은 비싸지만 장의 일부를 절제해야 하는 신생아괴사성장염 발생을 줄여준다고 주장한다. 메도랙도 내년에 이와 비슷한 성분강화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모유시장의 규모나 매출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지만 프로랙타는 연 4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은 미숙아를 담당하는 중환자실 900개 가운데 150개에서 사용되고 있다.프로랙타는 작년 한 해 동안 240만 온스(1만8759갤런)의 모유를 처리했고 올해는 340만 온스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의 경우 북미모유은행협회 소속은행은 모두 310만 온스를 처리했다. 온리 더 브레스트의 경우 거래량이 4500만 온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모유시장의 특징은 성인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디빌딩을 포함한 피트니스용과 만성질환자용이다. 거래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며 흔히 깨끗한 수퍼푸드로 선전된다. 소화가 잘 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의학적으로는 효능이 확인되지 않았다. 모유는 우유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적다.

모유는 또 장과 감염질병 치료제 연구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분야에서 모유는 '하얀 혈장'이라고 불리며 막 연구가 시작된 단계여서 앞으로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모유 기증자는 아이를 먹이고도 젖이 남거나 아이가 모유에 앨러지 반응을 보여 먹이지 못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죽어 아이를 기리기 위해 젖을 기증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모유은행에는 이런 기증자를 위해 죽은 아이의 이름과 생일을 적은 명판을 붙여놓기도 한다.

하지만 모유 수요가 늘고 시장이 커지면서 돈을 받고 모유를 팔기 위해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모유량을 늘리거나 자신의 아이에게 모유를 덜 먹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모유에 우유를 섞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돈을 주고 모유를 사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수익이 나면 기증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돈을 받는 것을 옹호하는 이들은 기업이 수익을 내면 기증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모유 기증자에게 돈을 준 것도 최근의 일이어서 프로랙타는 2014년부터 대가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메도랙은 디트로이트에서 모유를 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흑인여성모유수유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했고 모유 매입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모유 매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간의 체액이나 장기는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모유는 그렇지 않다. 식품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연방식품의약국(FDA)은 개인간 거래에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모유가 위험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지만 비공식적 거래나 판매에 대한 규정은 없다. 모유기증과 모유은행에 대한 법규정이 있는 곳은 가주와 텍사스, 메릴랜드, 뉴욕 4개 주에 불과하다. 법규정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곳도 뉴저지와 미시건뿐이다.

안유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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