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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모터사이클 종주] 하루 500마일, 19일 동안 달리고 또 달렸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9500마일, 19일간의 알래스카 종주. 에드워드 박(45세·LA)씨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떠난 혼자만의 여행 얘기다. 얘기를 들어보면 사실 기가 찬다. 무모하다. 9500마일의 여정을 계획 없이 다녀왔다.

목적지만 정했단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어디에서 자겠다, 어디서 먹겠다 계획도 예약도 안 했다. 뭐 스마트폰 하나면 해결 못 할 것이 없는 시대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그는 스마트폰이나 GPS도 여행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종이로 된 지도 한 장을 덜렁 들고 다녔단다.

상상하기조차 버거운 여행이다. 꿈에 그리던 그런 여행도 아니다. '왜 그런 여행을 해야하나?'라며 반문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 모르겠다. 그러니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 고생길인 19일간의 여행을 왜 그리 떠났는지 말이다. 그 무모한 여행 속에 무엇을 얻고 싶었는지 말이다.

오수연 기자



목적지는 앵커리지, 계획은 없다
GPS와 스마트폰 대신 종이지도


그가 정해 놓은 건 목적지 뿐이다. 알래스카 앵커리지(Anchorage)다. 사전 조사도 하지 않았다. 간단한 캠핑도구와 생필품만 챙겼다. 그리곤 6월 1일 수퍼맨(박씨의 모터사이클 애칭)을 타고 훌쩍 집을 떠났다. 계획은 없다. 숙박시설 하나 예약해 놓지 않았다. 그저 달리다가 해질 무렵 나오는 캠핑장에 찾아들어갔다. 캠핑장이 없으면 비바크(Biwak)할 만한 곳을 찾아 몸을 뉘었다. 여행 중 침대에서 잠을 청한 건 유스호스텔과 지인 집에서 묵은 고작 2~3일에 불과하다.

박씨는 고생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어떤 정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시대에 그마저 마다했다. 그 긴 여정에 그가 의지한 건 종이로 된 지도 한 장이다. "여행지에 있는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어 택한 방법이죠." 인터넷을 사용하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버튼 몇 번 누르면 쉽게 길을 찾아주니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가 지도를 택한 이유다. 그의 목적지가 앵커리지에서 땅끝마을 호머(Homer)로 바뀐 것도 여행에서 만난 이의 이야기를 듣고서다.

식사 역시 편하게 했을 리 만무하다. 아침에는 커피와 도넛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점심이나 저녁에는 간단한 샌드위치나 라면을 끓여 허기를 달랬다. 그래서 여행 후 첫 끼니로 원없이 고기를 먹었다는 그의 설명이다.

혼자여서 외롭지 않았다
변수가 있어 여행이 즐겁다


그는 혼자만의 여행을 좋아한다. 이 또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짜진 틀보다 여행길에서 생기는 변수를 즐기기 때문이다. 가고 싶을 때 가고 머물고 싶을 때 머물 수 있다. 길에서 만난 친구와 마음이 맞으면 밤새워 이야기해도 뭐랄 사람도 없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외롭다. 하지만 박씨는 혼자여서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길 위에서 친구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주유소 캐시어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루는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의 캐시어가 제 몰골을 보더니 한두 시간이라도 눈을 붙이라며 자동차 키를 건네주더군요."

박씨처럼 여행길에 올라 있는 사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했다. 미국여행에 나선 한국 모터사이클 동호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맥킨리를 등반하다가 죽었다는 친구의 무덤을 찾아 온 이와 식사를 함께했다. 평생을 여행하며 떠도는 이도 만나보고, 각기 알래스카 여행을 꿈꾸다 부부가 돼서 여행에 나선 이들도 이제 그의 친구가 됐다. 그렇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인연이지만 그들은 이제 박씨의 친구다. 이메일도 주고 받고 함께 찍은 사진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루 평균 15~20시간, 500마일
야생동물 곳곳에 곰만 10마리 봐


19일간의 여정이 힘들지 않았다고 얘기한다면 거짓이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은 그에게 역시 도전이고 모험이다.

"하루 평균 15~20시간, 500마일 정도 달렸습니다. 왜 힘들지 않았겠어요. 위험하기도 했죠." 야생동물 때문에 잠시 멈춰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알래스카로 가면 야생동물들이 많습니다. 어디에 잠시 바이크를 세우고 쉴 수도 없죠.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번 여행에서 그가 만난 곰만 10마리다. 무스에 사슴까지 합치면 수십 마리다.

쉴만한 곳을 찾지 못해 밤을 꼬박 세운 날도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위험하니 멈추는 게 좋지만 알래스카로 올라갈수록 낮이 길어지죠. 어두운 밤은 2~3시간 정도에요. 그래서 알래스카에서는 하루 20시간을 달릴 수도 있었죠."

알래스카를 30마일 남겨두고 돌부리에 넘어지는 사고로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알래스카 종주는 모터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후 그가 키워온 하나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부모의 반대에도 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던 그다.

"바이커들에게 알래스카 종주는 하나의 로망과 같은 겁니다. 해외로 나가기 전에 거쳐야 할 관문과도 같죠. 등산가들이 산이 있어서 등산을 하는 것처럼 바이커들 역시 두 바퀴로 어디든 가보고 싶어합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줘도 알래스카 종주는 녹록지가 않다. 하지만 이런 고생에도 그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은 알래스카가 선물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뷰를 보고 있으면 절로 '억' 소리가 나요. 등산을 하다 보면 고산지대에나 올라 가야 볼 수 있는 그런 귀한 뷰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죠."

일본 시작으로 55개국 배낭여행
젊은이에게 도전정신 키워주고파


평소엔 배낭여행을 즐긴다. 고등학생 때 처음 일본 배낭여행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여행하러 다녔다. 지금까지 배낭여행으로 가본 나라만 55개국이다. 국내에서도 45개 주를 다녀봤다. 그래서 매년 한두 달은 여행을 위해서 시간을 비워둔다. 물론 직장인들에 비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업(부동산 에이전트)덕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즐겨한다. 이 또한 이유가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친구들과 교감을 나눕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모험심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죠. 그래서 페이스북에 여행 사진을 많이 올리는 편입니다. 요즘 한국에 있는 젊은이들은 해외로 여행을 많이 다녀요.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쌓아 갑니다. 그에 비해 이곳에 있는 친구들은 그런 모험을 기피하는 것 같습니다. 도전 정신을 북돋아주고 싶죠."

그는 젊은 친구들이 갈 만한 여행지로 페루를 꼽았다. "유럽은 영어도 통하고 문화적으로도 크게 다르지는 않죠. 그에 비해 남미 쪽은 문화도 다르고 잉카 문명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젊은이들을 위한 좋은 여행지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여행으로는 1번 국도 여행을 추천했다. "이번에도 느낀 거지만 1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바닷가 도시들을 만다는데 각기 색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어 여행에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그리고 역시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알래스카 종주 루트
LA→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휘슬러(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캐나다)→ 앵커리지→ 호머→ 아이다호→ 유타→ 라스베이거스→ LA


알래스카는

알래스카는 알류트(Aleut)어로 '거대한 땅'이라는 의미의 인디언 말이다. 이름처럼 미국 면적의 1/5이나 된다. 인구는 60만명. 1867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720만 달러에 구입했다.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땅을 헐값에 가져왔으니 미국이 횡재한 셈이다.

알래스카가 그저 춥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나름 사계절이 있다. 다만 겨울(12월~이듬해 3월)과 여름(6월~9월)이 길고 봄(4월~5월)과 가을(10월~11월)은 짧다. 7월 평균기온은 화씨 58.4도 정도다.

알래스카의 가장 큰 매력은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아름다움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힌다. 알래스카는 미국 내 가장 많은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글레이셔베이(Glacier Bay)국립공원부터 데날리(Denali) 카트마이(Katmai) 코북밸리(Kobuk Valley) 게이츠오브더아크틱(Gates Of The Arctic) 애니액책(Aniakchak) 등 총 8개의 국립공원이 위치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가장 큰 볼거리는 빙하다. 알래스카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에서 2시간만 동쪽으로 운전해서 가면 거대한 빙하를 볼 수 있다. 육지빙하 마타누스카(Matanuska)다. 거대한 빙하지대인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선 바다위에 떠 있는 빙하를 감상할 수 있다.

겨울이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알래스카 크루즈가 오래도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자연환경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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