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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들의 음식 '소울푸드'…전통을 요리하다

루이지애나·S캐롤라이나
전통음식 흔적 남아 있어
'레드빈 라이스'는 팥죽
'검보'는 된장찌개와 비슷
카리브제도서 온 '잠발라야'
프랑스 문화 영향까지 받아
옥수수가루 튀긴 '허쉬퍼피'
사냥개에 주던 것에서 유래


미국의 전통 음식은 참 소박하다. 거꾸로 말하면 조리법은 단순하고 맛은 거칠다. 그러다 보니 아메리칸 스타일의 레스토랑이라 하더라도 퓨전인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패스트 푸드가 미국을 대표할 정도다. 미국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고유의 전통 음식을 찾기가 쉽진 않고, 대개 영국이나 유럽, 남미 음식들의 영향을 받았다. 척박한 시절에 주변의 식재료, 고기, 감자, 삶은 콩 등으로 만든 조촐한 음식들이 대부분이었고, 흑인 노예들의 음식에서 미국의 소울푸드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남부나 중동부 쪽에 그나마 전통 음식의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 루이지애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를 중심으로 미국의 전통 음식을 찾아가 본다.

전통적인 남동부 음식은 유럽, 미국 원주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영향이 결합되었다. 바삭하면서도 양념을 입힌 케이준 치킨, 소시지와 해산물을 곁들인 수프, 으깬 감자, 옥수수가루로 만든 빵이나 튀김 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숯으로 구운 바비큐와 스테이크, 양파, 마늘을 넣고 식초와 흑설탕으로 양념한 걸쭉한 콩요리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한국의 팥죽 맛과 흡사한 레드빈 라이스가 특히 유명하다.

루이지애나 최대 도시인 뉴올리언스에는 전통적인 음식들이 많이 남아 있다. 고기와 해산물을 사용한 ‘잠발라야(Jambalaya)’는 볶음밥 요리로 카리브 제도에서 유래되어 아메리카 원주민의 문화와 스페인 문화가 합쳐진 것이 루이지애나로 건너가 프랑스의 문화까지 영향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를 볶다가 채소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끓이다가 쌀과 케이준 스파이스를 넣어 밥이 고슬고슬할 때까지 끓인다. 케이준 향신료의 맛이 강하다. 케이준 스파이스는 마늘, 양파, 칠리, 후추, 겨자, 셀러리 등을 섞어 만든다.

우리나라의 된장찌개와도 같은 ‘검보’(Gumbo)는 서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먹던 전통 음식으로 손질하지 않은 다양한 식재료를 한데 넣어 끓여 먹던 데서 유래하였다. 현재는 프랑스, 스페인 등의 영향권에 있으면서 좀 더 다양한 식재료와 향신료가 더해져 풍부하고 세련된 맛으로 발전했다. 이 음식의 매력은 팬에서 태우듯 볶은 재료 자체에서 우러난 육즙에 와인을 더해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 눈으로 보기엔 그다지 입맛이 당기지 않는 모양새지만, 밥과 허브빵을 곁들여 먹으면 독특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검보를 좀 더 입맛에 맞게 만들려면 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강한 불에서 베이컨, 소시지, 닭가슴살을 넣고 살짝 태우듯이 볶는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을 넣어 볶은 후 마늘, 셀러리, 양파, 피망, 토마토 순으로 넣고 볶은 후, 치킨스톡을 넣고 끓이다가 불린 쌀을 넣고 좀 더 끓인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빵을 곁들여 낸다.

‘허쉬 퍼피’(Hushpuppy)도 유명하다. 옥수수가루를 물에 개어 밀가루를 씌워 튀긴 튀김볼인데 고소하고 까칠한 옥수수의 식감이 독특하다. 미국 남부의 전통 음식으로 며칠씩 사냥하면서 비상식으로 먹던 음식. 같이 다니던 사냥개에게 숟가락으로 튀김을 덜어서 던져주던 것 때문에 이름이 허쉬퍼피가 되었다고 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바비큐는 거의 돼지고기다. 소스는 머스터드, 토마토, 식초와 후추를 사용한다. 미국의 바비큐가 발전한 것은 인디언들의 ‘바비코아’의 영향이 큰데 바로 훈제 바비큐 방식이다. 이 음식이 남부의 대표적인 음식이 된 것은 인디언으로부터 바비큐하는 법을 배운 흑인 노예들이 자주 애용한 데서 비롯됐다. 저렴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주로 사용하게 됐고, 튀긴 오크라와 고구마를 곁들인 흑인들의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흑인들이 공장의 일자리를 찾아 미 전역으로 이동하면서 캘리포니아까지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캐롤라이나 지역에선 훈제한 돼지고기를 잘게 찢어 소스를 버무린다.

‘호핑 존’(Hoppin’ John)은 완두콩과 베이컨, 쌀을 넣어 만든 덮밥류. 이 요리는 새해 첫날에 먹으면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이 있다. 이 음식은 그야말로 ‘소울푸드’다. 남북전쟁 때 페허가 된 남부에서 흑인, 백인 가릴 것 없이 가축 사료인 동부통과 순무 이파리만 먹고 살아남은 데서 유래했다. 미래를 기약하며 눈물의 콩밥이었다. 호핑 존은 기름기를 제거한 닭고기와 갖은 채소를 넣고 끓여준 다음 체에 걸러준다. 베이컨과 양파, 피망을 잘게 다져 볶고, 냄비에 불린 쌀을 넣고 육수를 부어 익힌다. 따로 불린 콩도 삶아준다. 다 익으면 모두 섞어 볶은 후 소금 간을 한다.

롱비치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모듬 해산물 요리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어촌 출신인 프러그모어라는 어부가 새우나 게, 감자, 옥수수 등의 재료를 한데 섞어 찐 스튜를 신문지를 펴놓고 먹은 데서 유래하였다. 그의 이름을 따서 프러그모어스튜(Frog Stew) 혹은 보포트스튜(Beaufort)라 불리는 이 요리는 국물이 없는 스튜로 맥주와 약간의 물, 올드베이 시즈닝을 넣고 익혀낸 요리다. 격식 없이 큰 들통에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짧은 시간에 익혀낸 뒤 부둣가나 야외에서 신문지 위에 쏟아놓고 특식으로 즐겼다.

미국 역사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은 남부의 음식들은 투박하고 고급스럽진 않지만, 꾸밈없이 소박하게 서민들의 삶을 그대로 간직한 소울푸드다.

글∙사진 = 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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