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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416

복숭아 씨
-장효정

빛 한 오라기 닿지 않는
요나의 뱃속 같은 밀실에 갇혀
꽉 다문 입술 완강한 침묵으로
잠들어 있는 저 푸른 생명의 비밀들
희망을 감싸 안는 소리 들어 보아라



가슴 속에 꼭 품은
각질의 세월 견뎌낸
저 쭈굴쭈굴한 껍질의 겹 주름들은
희망이 입고 있는 빛의 갑옷이다

네 작은 우주 안에 요동하는 대지의 소리
봄으로 가는 길 하나씩 품고
한 세상 열어젖히기 위해
탱탱하게 바람을 세우고 있다

이제 막 배를 쩍 가르고
한 생이 쩡쩡거리며 터질 것 같다

복숭아가 제철이다. 향기 그윽한 백도(白桃)를 먹으며 장효정 시인의 ‘복숭아씨’를 읽는다.

세상엔 많은 나무가 있고 그 나무들 중에는 열매를 맺는 나무가 있다. 에덴동산의 사과나무를 비롯, 수많은 과실을 맺는 나무들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예쁜 열매를 맺고 맛 또한 최상인 복숭아. 그 씨 오묘하기로도 단연 복숭아다

사람의 뇌를 그대로 빼닮은 복숭아씨, 모든 씨들의 주소가 거기 있다. 자연의 신비, 생명의 경이, 존재의 방식, 유전, 본능을 알게 하는 최선의 방식. 희망 갑옷이다. 미로 같은 오묘한 씨 속 길, 요동치는 대지의 소리 들린다. 씨의 속말을 읽는 시인의 깊은 눈이 좋다.

인간도 복숭아씨 같지 않은 씨, 놓고 가는 사람 있다. 나도 씨 같은 씨(種子) 만들어 놓고 가는가? 시(詩)같은 시 남기고 가는 시인인가? 오늘 나에게 묻는다.

봄으로 가는 길 하나씩 품고/ 한 세상 열어젖히기 위해/ 탱탱하게 바람을 세우고 있는//... 사물시의 전범 이다. 나 보기 장효정씨는 나성에서 시 잘 쓰시는 시인 중 한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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