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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령의 퓨전에세이 568

그래피티, 낙서인가 예술인가

한국의 그래피티 얘기가 실린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그저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보니 그 정도가 꽤나 심각한 듯하다.

오래 전 그래피티가 뉴욕을 점령했었다.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그래피티에서 뉴욕을 구해내기로 했다. 6~70년대 전철이 온통 스프레이 페인트로 덮인 일이 일어난 후 뉴욕시는 이를 강력하게 단속했다. 그럼에도 그래피티는 더욱 극성스럽게 번져가고 있었다.

다리, 기차 정거장, 상점의 벽들을 캔버스 삼아 인구 800만 뉴욕의 상징이기라도 한 양. 그들은 낙서의 수준을 넘어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건물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그래피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단속반은 강력한 호스를 장착한 트럭을 동원 매일 도시 곳곳에 있는 낙서를 지워냈다. 2007년엔 5990개, 2008년엔 8496개, 2009년엔 8500개의 낙서를 지워냈다. 부동산 소유주가 직접 지우거나 시에 요청할 수가 있고, 그대로 두길 원하는 건물주는 공식적으로 선언을 해야 했다.



낙서자들을 경범죄로 분류 1000불 벌금형이나 1년 감옥형으로 다스렸다. 비교적 가볍기는 했지만 이런 일들이 상업화되거나 예술의 일각으로 인정하게 되는 시대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오래 전 “뉴욕, 뉴욕,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가!”라는 움베르토 에코의 글이 있었다. 이태리 볼로냐 대학의 교수인 그는 외국의 도시들 중에서 자신이 무척 사랑하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고 했다. 예를 들면 바르셀로나, 암스텔담 같은 곳. 그러나 누군가 그에게 어느 도시에 살고 싶으냐 묻는다면-그러니까 자신의 집을 그곳에 만들어 영원히 산다면-자신의 선택은 파리와 뉴욕 사이에서 똑같이 나누어질 것 같다고 했다.

그건 단지 그곳이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도시에서 죽을 것인가를 결정하자면 향수병에 걸리지 않을 도시로 택해야 하는데 이 두 도시에선 향수병이 걸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움이란 무엇인가 필요하고 아쉬울 때 생기는 것인데 이 두 도시엔 없는 게 없기 때문에 향수병에 걸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밀라노의 상인들이 도시 벽에 낙서하는 사람들에게 항의를 했다. 이와 관련해 힙합그룹의 랩 가수 제이엑스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 속에 낙서자들을 옹호하고 극찬을 했었나 보다. 이를 지켜본 에코의 말이 “미학적 관점에서는 대단할지 모르나 도덕적 문제들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상충한다면 어찌하겠는가?“라고 물었던 일도 있다.

한국이 지금 이 그래피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사회적 낭비를 막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리트비아인, 그리스인, 독일인, 호주인 등 세계 각국에서 원정 온 낙서가들이 서울 및 전국 곳곳에서 그래피티 소동을 일으키며 지하철을 더럽혀서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외국인들에게는 국제형사법 공조를 요청하리라고 한다. 오랜 유적에다 스프레이 칠을 해놓는다면 누가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어 로마로, 그리스로, 루브르로 날아갈까? 천년 유적지를 마구 파괴하는 IS와 다를 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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