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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복어 독 보다 강한 사랑

굿스푼 굿피플
김재억 목사, 굿스푼선교회 대표

“이거 왜 이래, 나 독있는 물고기야” 독을 품은 복어(blowfish)는 화가 나면 공기와 물을 잔뜩 머금고 통통하게 배를 부풀려 경고를 발한다. 대표적인 어종이 자주 복, 까치 복, 밀 복, 은 복, 황 복, 졸 복, 그리고 임진강 하구에서 잡아 이조 왕실에 진상했다는 참 맛있는 복이 참 복이다.

조리 자격증의 고시(高試)라고 불려지는 복어 조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최소 2년간 엄격한 이론, 실습 과정을 거친 후 시험을 치뤄야 한다. 양미간을 지난 머리 부분에 칼집을 깊게 넣어 피를 빼고 흐르는 물에 말갛게 씻어내야 한다. 살벌한 독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간, 아가미, 신장, 난소, 안구, 심장, 담낭, 위 등은 분리하여 검정 비닐에 담아 별도로 폐기 처분해야 한다. 복어의 독이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인데 무색, 무취, 무미(無味)라 더욱 위험하다. 참 복 한마리에 담긴 50~70g의 내장으로 성인 남성 30명을 죽일만큼 강하다. 뜨거운 열에 파괴되지 않고 해독제도 아직 없다. 0.5mg의 미량의 독으로 신경이 마비되어 호흡장애, 운동장애, 혈행장애를 가져오고 끝내는 사망케 한다. 5월~7월 산란기에는 평소보다 3~5배의 독성이 강화되어 청산가리(NaCn)의 10배, 곰팡이 독(Aflatoxin)보다 1000배 강하다.

기꺼이 죽음의 경계선까지 내려갈 용기를 가진 자라야 복어의 참 맛을 볼 수 있다. 맑은 탕, 튀김, 무침도 좋지만 회만큼은 못하다. 육질이 쫀득한 복어회는 종잇장처럼 얄팍하게 저며 접시가 환하게 비취도록 담아낸다. 국화 꽃잎같은 회 한점을 미나리에 싸서 먹은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예찬했다. 저지방, 저칼로리, 고단백 다이어트 식품으로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쫄깃한 껍질에는 콜라겐과 셀렌이 풍성하여 피부 미용과 노화방지, 스테미너 강화에 효력이 있다고 한다.

볼티모어 다운타운 내 정신질환 환자들을 돌보는 ‘웰니스’(wellness) 센터에서 28년간 외롭게 투병생활 하고 있던 이영랑 자매(53세)를 만난 것이 지난 5월 초이다. 폭동과 소요사태가 잦아들었을 때인데, 자매는 약을 먹고 난후라 입술의 경련이 심했고 이가 듬성듬성 빠져 말은 몹시 어눌했다. 부산이 고향인 자매는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볼티모어로 왔고, 2년만에 파경을 맞으면서 남편의 신고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해야 했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증오’라는 독을 품고 살았다. 사지로 밀어넣은 그를 죽이고 싶을만큼 미워했었고, 정신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신세가 너무 처량해 매일 눈물로 간양록(看羊錄)을 써야했다. 사망의 그늘에 앉아 죽어가던 그에게 하나님이 찾아 오셨다. 복어 독보다 더 강렬했던 증오란 독을 사랑이란 해독제로 녹여 그를 자유케 하셨다. 그가 조리한 닭 복음탕이 상큼한 미소와 함께 볼티모어 도시빈민에게 나눠지고 있다.
▷도시빈민선교 문의: 703-622-2559,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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