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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시계점 떼강도 사건…마감 기자도 '진땀 승부'

전문가들 "롤렉스 GPS 얘기 처음 들어본다"
피해직원 "시계 아닌 받침대에 들어 있어요"

경찰이 8시간 만에 '떼강도'를 일망타진한 이유가 '롤렉스 GPS'였다는 발표는 편집국 사회부를 들썩이게 했다.

경찰 발표대로라면 롤렉스 시계에 내장된다는 뜻이었다. 워낙 고가의 시계라 충분히 그런 장치가 있을 수 있다고 사회부원 전부가 생각했다. 하지만 확인을 하는 것이 기자의 일이다.

일단 구글에 '롤렉스'와 'GPS'를 입력해 검색을 했다. 그런데 잡히는 게 없었다.

롤렉스 미주본사에 전화했다. 업무시간 끝. 롤렉스 베벌리힐스 지점에 전화했는데 직원과 연결이 됐다.



롤렉스 시계에 GPS가 내장돼 있는지 물었다. 직원이 "그런 롤렉스 시계는 없다"고 대답했다. 매니저를 바꿔달라고 했다. 매니저 대답은 더 확실했다. "세상에서 GPS 달린 롤렉스 시계는 없습니다."

이날 경찰 기자회견 취재를 마치고 들어온 담당기자는 "팔라졸로 서장이 그렇게 발표했다"고 말했다. 내민 보도자료에도 '롤렉스 시계에 GPS가 내장돼 있어 범인들을 체포할 수 있었다'고 쓰여 있었다.

"확실히 해!" 사회부장의 말이 떨어졌다.

경찰은 내장이라고 하고, '수준 높은' 베벌리힐스 롤렉스 매니저는 그런 거 없다고 하고, 난감했다.

스위스 본사에 전화를 하자니 거긴 새벽 3시14분이었다. 한국을 포함해 지점 몇 곳에 더 문의를 했다.

"그게 뭐 중요하냐"는 부원들의 볼멘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사건이 충격적이었고, 경찰이 수시간 만에 10명의 용의자를 일망타진한 것도 사실 충격적이었다. 그 사이 연결고리는 '롤렉스 GPS'였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는 데 다시 합의가 이뤄졌다.

"자, 모두들 다시 확인해봐."

수소문해서 37년간 롤렉스 손목시계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딜러와 접촉했다.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 37년 동안 GPS 달린 롤렉스 시계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기사가 아예 안 될 것 같은데요."

큰 문제는 롤렉스 시계에 GPS가 없다는 사실(fact)이 맞다면, 이 기사뿐 아니라 1면 톱기사까지도 흔들리게 된다.

결국 독자들은 명확하지 않은 기사를 보게 되는 것이다.

사회부 제일 막내인 인턴기자가 이 답답한 '롤렉스 수수께끼'의 열쇠를 찾았다.

"피해 업소에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가까운 곳에 해답이 있다.

인턴기자가 도난피해를 당한 시계점 측에 연락했다.

직원은 "롤렉스 시계가 아닌, 진열대에 있는 롤렉스사의 시계 받침대에 GPS가 있다"고 말했다. 정식명칭은 '시계방석(watch pillow)'. 기사 용어로는 부적합했다.

처음에는 '거치대'라고 쓰자고 했다가 말이 어렵다고 해 '받침대'로 고쳤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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