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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인정하는 남자는 없어요…하지만 40대도 4명 중 1명꼴

자연적으로 사람은 마흔이 넘어가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문과 회의에 빠진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를 '중년의 위기'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분위기도 중년 남성을 괴롭힌다. 베이비붐 세대인 40~50대에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과거 직장 내 직급이 올라가면 당연하게 선배를 공경하던 후배들은 공경은커녕 공격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 어디 이뿐인가. 고령화 시대를 사는 부모를 공양해야 하는 의무에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자녀까지 부양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의 두 가지 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자식에게 봉양을 기대할 수 없으니 미리 자신의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50대 김모씨는 "50대로 접어들면서 종종 공허함을 느낀다. 특히 은퇴 후의 막연한 두려움이 수시로 들어 우울하다"고 말했다.

◆남성호르몬 저하가 불러온 변화

신체적인 변화도 나타난다. 바로 갱년기 증상이다. 중년 이상 남성 10명 가운데 3명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갱년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갱년기는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면서 나타난다.

여성이 폐경을 기점으로 급하게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남성은 30대 중반 이후 테스토스테론이 매년 0.4~1%씩 조금씩 감소하며 서서히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돼 스스로 갱년기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 남성 갱년기 증상은 여성 갱년기와 유사하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 감소다. 집중력이 줄고 기억력도 감퇴한다. 감정의 기복은 커진다. 신체 활동이 저하되며 복부 비만이 나타나고 체중이 증가한다.

남성 갱년기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 년 전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남성호르몬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갱년기는 주로 40~50대 남성, 특히 50대 전후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남성호르몬의 저하가 원인인 만큼 나이가 적은 30대에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갱년기 증상을 겪는 남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여성 갱년기만 신경 쓰나요

사실 그동안 갱년기는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 갱년기는 사회적으로 이해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남성의 갱년기는 다르다. 남성은 갱년기라 해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마초성과 파워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중년 남성은 자라면서 주입받은 대로 '과묵이 남성의 미덕'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말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중년 남성이 자신의 어려움을 사회적으로 이해받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남성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자신을 억압하고 강함을 과시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 드러내고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여성의 도움도 필요하다. 남성들이 여성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이를 위해 강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면 이를 감싸줘야 한다. 또한 약한 내면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려움을 털어놓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 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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