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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반기문 총장이 남은 임기에 할 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속마음에 대권욕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는 대선에 나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사무총장 직무에만 충실하겠다"는 답만 한다. 대선에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딱 부러지게 말한 적이 없다. 물론 반 총장 스스로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만들어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단일 후보로 추대하면 대선에 나갈 수 있다는 속내는 감추기 어렵다.

시황(市況)도 반 총장에게 나쁘지 않다. 이미 강력한 후보군이 존재하는 새정치연합보다는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가 그에게 러브콜을 던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회만 생기면 반 총장을 만나는 게 그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비박계도 가만있지 않는다. 김무성 대표가 반 총장을 업고 집권하는 꿈을 꾸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해 반 총장을 국가원수에 앉히고 자신은 국정의 실권을 쥔 총리에 오르는 모델이다. 야당 비노계도 반 총장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해 충청과 호남을 묶어 제2의 DJP 연합으로 집권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반 총장이 대선 후보에 오르는 것과 당선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지금은 유엔 사무총장이란 극대화된 이미지를 누리고 있지만 지지층의 구조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이미지 정치로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를 수는 있지만 자기 생각을 밝히는 순간 가상적 지지도가 폭락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만큼 반 총장이 2017년 대선 가도에 나서려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자신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그를 둘러싼 측근들의 문제다. 먼저 측근들 문제는 명확하다. 금융권 출신인 친동생 기상씨가 건설업자 성완종의 경남기업에서 7년 가까이 고문을 지낸 것 자체가 폭탄이다. "고문으로 간 직후 경남기업이 워크아웃 들어가는 걸 보고 이래서 와 달라고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잘나가는 회사는 이렇게 고문을 영입하지 않는다. 왜 관피아 관피아 하겠느냐"는 기상씨의 고백에 모든 게 들어 있다. 반 총장은 대권에 앞서 유엔 사무총장의 명예를 위해서도 제2 제3의 성완종이 친인척에 접근하는 걸 막아야 한다. 성인인 동생이 하는 일을 어떻게 막느냐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노무현.이명박도 그런 논리로 형제들의 일탈을 방치하다 신세를 망쳤다.



반 총장 본인의 문제도 명확하다. 꽃가마 타고 대권을 거져 먹겠다는 꿈은 확실히 버려야 한다. 대권은 본인의 권력 의지가 없으면 절대 얻을 수 없다. 핵전쟁을 벌여서라도 이기겠다는 야수적 본능이 필수다. 그게 없다면 여당에서 아무리 만장일치로 '무경선 추대'를 결정해도 절대 받으면 안 된다.

반 총장이 남은 임기 안에 유엔 역사에 남을 업적을 세우고 대권 후보로서 존재감도 부각할 카드는 북한이다. 반 총장도 그걸 알고 있기에 지난달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다 북한의 전격적인 초청 철회로 좌절됐다. 몰상식의 극치인 북한의 광태(狂態)가 문제의 근원이지만 미국과 국내 보수세력을 지나치게 의식해 냉탕과 온탕을 오간 반 총장 본인의 탓도 크다. 개성 방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고 개방을 촉구하니 김정은이 "받아서 득 될 게 없다"고 틀어버린 게 아니겠는가.

반 총장이 정말 북한과 교신하고 싶다면 평양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외교는 결국 상대방 마음을 사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건드리며 변죽만 울리지 말고 평양 방문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안보리 대북 제재를 그대로 따르는 종속적 행정가가 아니라 독립된 유엔의 수장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껴안는 모습을 보인다면 북한의 얼어붙은 마음도 녹을 수 있다. 그러면 미국도 평양과 대화를 거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앞으로 대권 후보 기근 현상이 계속될수록 반기문 대망론은 각광받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반 총장 본인의 권력 의지의 문제다. 남은 임기 동안 유엔 사무총장의 본분에 충실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에 휘둘려 길을 잃지 않는다면 그에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

강 찬 호

한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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