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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 '광야의 소리'] 귀화와 시민권

김기대 목사 /평화의교회

재일 교포들이 일본 국적을 얻으면 귀화라고 하고, 재미 교포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말한다.

'귀화'의 사전적 의미는 '왕의 어진 정치에 감화되어 그 백성이 됨'이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얻어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귀화의 첫 번째 뜻만 보자면 마치 자신의 조국을 배반한 듯한 뉘앙스를 준다. 하지만 동서양의 역사적 차이를 살펴보면 귀화와 시민권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예로부터 동양권은 민족 국가적인 성격이 강했고 서양에서는 로마 제국의 전체적인 영향 아래 있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민족적 차이보다는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시민'의 책임이 강조되었던 차이다. 사도바울이 로마 국적을 취득했다고 말하지 않고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서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먼저 정착한 것도 시민 의식에 일찍 눈 떴기 때문이다. 구약 성서에는 국민이라는 말이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신약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구약의 국민, '암(am)'이라는 단어도 땅의 백성이라는 뜻이지 국가 제도에 속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민(people)'이라는 번역이 더 정확하지만 그 표현에는 괜한 뒷말이 무성할 수 있어 한글 성서번역자들도 회피한 듯하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3장20절)에서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구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시민이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을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겠으나 하늘 나라에는 '국민적' 정서 보다는 '시민적' 정서가 더 요구되는 사회일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국민적 정서라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기치 아래 다름을 용납 안하고 단결에서 벗어나는 소수자를 무시하는 정서라고 할 수 있겠고, 시민적 정서라면 다름을 인정하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자꾸 분열되는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봉건왕국의 군주처럼 떠받들어지고 교인이 봉건국가의 국민인 것 같은 교회는 건강한 교회가 아니다. 다양성 속에서 자기의 소리를 내면서 책임을 다하는 시민적 정서가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교회다.

gopem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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