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학의 정석] 요즘 학생들 필기 대신 스마트폰 촬영
존 김 수학 강사
필기를 직접 하지 않고 카메라로 찍으면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 많이 보급되어 사용되는 스마트보드라고 하는 최첨단 칠판 역시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칠판에 동영상을 띄울 수도 있고, 복잡한 도형들도 아주 정확하고 쉽게 그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첨단 기기들이 강사들과 학생들에게 항상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예전 수학 선생님들 중에는 직선이나 원을 굉장히 잘 그리는 분들이 많았다. 직선은 자로 잰 듯이 똑바르게 그리고, 손으로 그린 원은 거의 컴퍼스를 사용해서 그런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수학 선생님들의 입장에서 칠판 판서를 하는 모습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학생들에게 매우 다양하고 중요한 의미들이 있었다.
문제들이 어떤 속도로 어떻게 풀리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나, 풀이 과정 중간에 나오는 연산들이 얼마나 복잡한가 등에 대한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판서과정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다. 요즘처럼 빔 프로젝터를 사용해서 프로그램으로 미리 입력한 답이나 설명들을 보여주는 것이 시청각적으로 화려하고 멋있어 보일지는 모르나, 예전의 선생님들이 칠판 판서를 통해서 보여주시던 열정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물론 주관적인 의견이다.
전반적으로 요즘 학생들이 보여주는 수업 필기 내용들의 정리 정돈의 능력은 공책이나 볼펜 같은 전통적인 필기도구 사용이 익숙하던 시절의 학생들보다 현저하게 뒤떨어진다. 필기 내용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그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도 매우 많다. 수업시간 도중에 사진을 찍어간 내용을 공책에 차근차근 따로 정리하면서 복습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는, 정말로 하늘에서 별을 따는 수준이다. 대다수의 학생이 사진 찍은 내용들을 머릿속에 옮겨 놓고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가지고 다니는 경우들이 대다수다. 바로 며칠 전에 배웠던 내용이 나오면 많은 학생이 스마트폰에 찍어 놓은 그림들을 찾는 광경들을 매우 쉽게 볼 수 있다.
필자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책에다 질문들을 노트하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저자와 또는 자기 자신과 마치 토론을 하는 것처럼, "이유가 뭘까? 이런 경우에도 적용이 되나?" 같은 질문들을 책에 적어가면서 마치 대화하듯이 읽곤 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요즘은 그런 메모를 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나기가 참 어려워진 것 같다. 오답 노트를 만드는 학생들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노트한 것을 몇 달이나 몇 년 후에라도 다시 보게 되면, 무슨 내용을 어떻게 다루고 있었는지 금방 다시 알아볼 정도로 자세하게 적으라고 한다. 수학 문제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문제를 반드시 쓰고 (문제를 쓰지 않고, 풀이만 적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풀이 과정을 적으면서 실수했던 과정들까지도, 지우고 다시 쓰지 말고, 왜 틀렸는지,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했는지 까지도 메모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가르치는 현장에서 항상 느끼는 사실이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노트 필기는 참 많이 다르다. 본받을 만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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