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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415

아직도 시를 쓰나요?
-이창윤
 

강가의 노을처럼 잠시 서성이다가
충분히 어두워져서 돌아왔다
나의 쓸쓸함이 나도 모르게 돌 하나
손에 쥐고 온 것은 나로서는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우연한 돌 하나가 나를 잠시 동안
위로하고 있었다는 것은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뒹굴고 부딪치는 아픔도, 닳아지는 슬픔도
여기까지 흘러온 이유도 돌아볼 줄 모르는
돌, 그러나 찡하고 한 번 울었을 것이다
가슴을 가로 질러 금이 간 것을 보면
저녁에 열어 본 이 메일
“아직도 시를 쓰시나요?”
“새 시집은 언제 읽게 되나요?”
북미대륙을 직선으로 달려온 문장에는
아직도 다 식지 않은 소리가 남아 있었다
나는 돌 이야기를 넣어 답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친자연환경적이란 것을 알기에
내일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주 작은 착한 일은
우연히 잡혀온 돌을 우연한 강가에
도로 갖다 놓는 것이란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적어둔다.
(하략)

저기 저 사람, 아직도 시 쓰냐고 시인에게 묻네. 이렇게 물음 받는 시인, 이 시인 말고도 또 없을까? “아직도 시를 쓰나요?” 오늘의 시 공동묘지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자문이거나 환청일 수도 있겠다. 시 같은 것, 시 비슷한 것, 스스로 시도 아니라고, 시 비슷한 거라고 말하며 시를 쓰는 이유는 무얼까. 이창윤 시인은 늘 그런다. 그래서 그가 좋다. 마음 기운다. 좋은 시를 써 놓고도 시 비슷한 걸 쓴다며 몸 웅크리고 혼 떤다. 정말 시 같지도 않은 시를 써놓고도 고개 빳빳하게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시로부터 떠나고 싶어진다. 스스로 제가 최고라며 크게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다. 진솔하려고 애쓰며 자연스럽게 쓰는 시, 진실한 인간이 되려는 마음 벗기, 그것이 시인의 첫 번째 덕목이요 자세다. 항상 시 비슷한 걸 쓰고 있다는 이 시인에게서 착한 사람소리 들린다. 진짜 시인이다. 겸손은 시인의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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