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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시민이 만든 헌법

김창준 칼럼
전 연방하원의원

미국은 한 마디로 신기한 나라다. 온갖 인종이 모여 사는 복잡한 나라, 흑인과 백인 간 끊임없는 분규와 범죄가 들끓는 도시들, 법적 소송이 넘쳐나는 나라, 세계 인구의 4%가 모여 살고, 전세계 변호사의 40%가 몰려 있는 변호사의 천국이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로 득실거리는 미국을 일컬어 용광로(melting pot) 또는 mixed salad bowl (여러가지 샐러드를 섞어 놓은 그릇)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런 나라가 노벨상의 절반을 휩쓸어 간다. 세계에서 가장 창조력이 뛰어나고 발명특허가 많은 나라, 경제력과 국방력이 가장 강한 나라, 정치적 경제적 부패가 거의 없는 나라, 세계 10대 대학들 중 5개가 미국 대학들이다. 마음놓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고, 양보심이 강하고, 기부를 잘 하는 사람들, 이런 모든 특징을 갖춘 나라가 또한 미국이다.

그러면 이렇게 어수선해 보이는 나라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매일 수 만 명이 세계 곳곳에서 이민을 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라가 되었을까. 그 것은 바로 미국의 제도 때문이다.

미국 내 한인들은 90% 이상이 교육제도 때문에 미국에 이민 왔다고들 한다. 직업의 귀천이 없는 제도, 본인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제도, 무엇을 하나 해도 틀림없이 해놓는 제도, 사기치지 않고 정직만으로도 살 수 있는 제도, 법대로 움직이는 제도, 이 큰 나라가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 제도는 과연 무엇이며 어디서 왔을까. 바로 헌법이 그 원천이다.

미국의 헌법은 독립을 선언한지 12년 뒤인 1788년 7월 2일 탄생했다. 수많은 고통과 전쟁을 거쳐 헌법이 발표되자 전세계는 그 내용에 깜짝 놀랐다. 당시만 해도 전세계 모든 나라가 왕이 다스리는 왕권제였고 한국도 영조에서 고종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조선시대였다. 4년마다 한 번씩 국민이 왕을 뽑는다는 미국의 헌법은 실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국민의 손으로 의원을 뽑고 그들로 구성된 의회가 모든 법을 만들며, 왕(대통령)은 단지 의회가 만든 법을 집행만 한다는 데 전세계가 또 한 번 놀랐다. 왕의 말이 곧 법이고, 왕은 대를 이어 아들에게 권좌를 물려주며, 선거라는 개념은 아예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에 미국의 헌법은 전세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다. 미국 안에서도 이를 반대하고 러시아에 가서 왕족을 불러다가 왕으로 모시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의 헌법은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헌법이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역사의 기적이다. 오늘날 왕권제도는 이미 다 붕괴되었고, 모든 나라가 미국의 헌법을 따라하고 있으며, 심지어 마지막까지 버티던 옛 소련의 공산주의마저 무너졌고, 중국도 차츰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오직 북한만이 끝끝내 버티다가 결국엔 수 백만명이 굶어 죽는 비극의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미국의 헌법, 곧 민주정치는 그야말로 신비스러운 것이며, 바로 이것이 미국을 오늘날의 세계 최강의 나라로 만든 것이다.

미국 헌법은 제1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로 명시하고 있고, 이는 대한민국 헌법도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일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국회의원이 의사당 단상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부여된다. 때문에 단상에선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 단지 남을 모욕하거나 인격을 침해하고 폄하하는 경우 보호를 받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헌법을 더 공부하라는 말은 내 귀에는 한 나라의 원수를 모욕하고 그 인격을 해치는 막말로 들린다. 그러니 툭하면 시위대가 청와대로 몰려가겠다고 나서고, 대통령에게 임기도 채우기 전에 물러가라는 막말을 마구 하게 되는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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