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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박사학위 수여식을 되돌아보며

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
허종욱 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사회학박사

지금 미국대학들은 졸업계절을 맞고있다. 미국에서 3대학을 졸업한 나에게는 감명깊은 계절이다. 졸업식 순서가운데 졸업생들에게 큰 추억을 안겨주는 두 대목이 있다. 총장으로부터 학위증을 받는 순서와 특별 초청인사의 축사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수와 동료 그리고 축하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대목이다.

나는 피츠버그대학에서 도서정보학 석사와 메릴랜드주립대학(볼티모어)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첫번 학위는 2년에 걸쳐, 두번째는 3년에 걸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대학은 졸업생들이 석사학위 가운을 입고 차례로 연단에 올라가 총장이 직접 수여하는 학위증을 받는 ‘영광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 후 메릴랜드주립대학(칼리지팍)에서 수여한 박사학위(사회학)는 식장에 참석하여 총장으로부터 직접 받았다. 총장 옆자리에는 내 논문을 지도한 지도교수가 내 박사모 리본과 후드를 손수 옮겨주었다.

나는 한 메릴랜드주립대학 도서관에서 사서로 또는 부관장으로 일하면서 시간을 쪼개여 40대 후반에 박사학위 과정을 시작했다. 그래서 박사학위 코스워크를 마치는데 3년, 논문을 쓰는데 3년, 학위를 마치는데 도합 6년이 걸렸다. 이 6년의 과정은 정말 험난한 투쟁이었다. 코스워크 과정을 끝내고 박사후보 자격을 판가름하는 종합시험(Comprehensive Examination)을 준비했다. 이 시험은 이틀에 걸쳐 실시됐는데 전공분야 4시간, 전체분야 4시간, 도합 8시간 동안 치러졌다. 나와 함께 10명의 학생이 이 시험을 치렀는데 5명만 합격을 했다. 미합격 학생은 두번 더 도전 할 수있으며 실패할 경우 석사학위를 받고 학교를 떠나야 한다.



다음 단계는 논문준비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논문 지도교수를 정해야 한다. 나는 6개월 동안에 걸처 지도교수 지도아래서 논문제목과 가정된 학설 그리고 자료수집방법을 정하여 5인의 교수로 구성된 학위심사위원회에 연구준비안을 제출하여 심사과정을 거쳐 연구진행허락을 받게 됐다. 학위 심사위원회로부터 연구진행을 허락받은지 2개월만에 큰 문제가 생겼다. 지도교수가 인도의 한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게 된 것이다. 나는 지도교수를 다시 정하고 그 교수에게 그 동안 진행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논문준비를 다시 착수했으나 새로운 지도교수와 소통을 하는데 1년이 걸렸으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논문을 준비하는 가운데 또 다른 어려움이 닦쳤다. 바로 건강문제였다. 병원에 3일간 입원했다. 담당의사는 쉬는 편이 좋다고 제안했다. 나도 그러기로 작정하고 아내의 의견을 물었다. 아내의 반응은 이러했다. “남자가 칼을 한번 꺼냈으면 썩은 무라도 자를 일이지 어떻게해서 중간에 그만두느냐?” 아내로부터 협박 반 용기 반을 얻은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논문준비에 들어갔다.

2년간 준비해서 완성된 전체 7장으로된 논문초고는 이런 과정을 거쳐 어느정도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드디어 논문방어(Dissertation Defense) 날짜가 정해졌다. 논문방어는 5명의 논문심사위원 앞에서 내 논문을 설명하고 그들 질문에 응하는 과정이다. 논문방어는 3시간만에 끝났다. 심사위원들은 점심시간중에 내 논문통과 여부를 투표했다. 4명의 심사위원은 파란신호를 주었는데 한 위원이 조건부를 달았다. 내 학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더 제시하라는 주문이었다. 나는 자료를 준비하느라고 정말 홍역을 치렀으나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나는 이 단계에서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했었으나 아내가 한 말이 있어서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드디어 논문준비 3년만에 끝장을 냈다. 그리고 학위수여식에서 총장으로부터 학위증서를 받았다. 지금 되돌아보면 이런 결과는 아내의 내조와 ‘협박’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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