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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412

  청마와 춘수
  -강희근

 
청마와 춘수는 많이 다르다
한 사람이 바다라면
한 사람은 물이다.
청마가 살았던 집


그 집은 약봉지 냄새가 났다.
춘수가 살았던 집
그 집은 꽃잎 버는 냄새가 났다.
청마는 시를 쓸 때 약 달이듯이 쓰고
춘수는 시를 쓸 때 꽃구경 가듯이 쓴다.
그래서 청마의 시에는 생명이 쿨룩거리는 소리 나고
춘수의 시에는 꽃에다 이름 붙이는 소리 난다.
아, 청마가 결혼식을 올릴 때
올리며 인생을 시작할 때
유치원생 춘수가 화동花童이 되어 꽃을 바친 것
통영에 가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아는 사람은 말할 때 시인이 된다
꽃다발이 된다.

시인이 ‘청마와 춘수’에서 ‘청마와 춘수’라는 두 개체를 문학적으로 정의 내린 시다. 화자가 서론이고 청마가 본론이며 춘수가 결론인 셈이다. 청마는 물이고 춘수는 꽃이다. 그들은 각각 바다와 물이고, 약봉지 냄새와 꽃잎 버는 냄새다. 하나는 약 달일 때의 그 필수적인 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꽃구경 갈 때 이름 불러주며 가는, 그런 마음의 여유다. 두 사람을 아는 사람은 그들을 말할 때 꽃이 되고, 바다가 되고, 시인이 되고, 꽃다발 된다.

시인은, 청마를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 의 울림으로, 춘수는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끼 인형> 중 <꽃의 왈츠> 로 본 건 아닐까? 시인은 청마와 춘수를 데리고 불특정 다수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메타포라는 은유를 내세워 청마와 춘수의 이미지를 분산시켜 무의식으로 하여금 자아와 세계를 탐색하는데 촉매역할을 한다. 화자로서 그는 직접 나서지 않고서도 청마와 춘수를 매우 우아(Aura)하게 만든다.

하늘이 멀다.// 낙엽들이 길섭에 슬린다./ 햇살이 여기 저기/ 햇살이 웅덩이를 만든다./ 햇살은 하늘에서 온다.// 옷 벗는 나무들/ 키가 더 커지고 조금은/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멀리서 울려오는 놋쇠종소리처럼/ 하늘이 귀에 쟁쟁하다.// 그쪽 워싱턴의 가을하늘은 어떠할까.// 필자가 문인회장 재임시 1998년 워싱턴문학 제6집에 초대했던 김춘수 시인의 기고 시 <가을하늘> 전문이다. 선생님은 시와 함께 보내오신 편지에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임 시인, 워싱턴의 하늘은 어떠십니까?” 그분이 가신지 몇 해. 나의 대답은 같다. “선생님, 오늘도 워싱턴의 하늘은 아주 맑습니다.” 두 분 다 오래 기릴만한 시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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