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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내의 바가지

세상만사
홍덕기

옛날에 역병이 돌면 바가지를 긁어 시끄러운 소리로 전염병 귀신을 쫓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의 시끄럽게 들리는 잔소리를 바가지 긁는다고 하게 된 모양이다. 그러나 송창식은 ‘아내의 바가지는 자장가로 부르는 사랑의 노래’라고 바가지 예찬론을 펼치는 걸 보면 체념하고 차라리 즐긴다는 얘기로 들린다.

대부분의 아내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남편은 철딱서니가 없어서 조금만 느슨해지면 꼭 일을 저지르는 본성이 있어 일일이 참견을 해야 한단다. 따라서 바가지는 시끄러운 잔소리가 아니라 남편에게 유익한 권면일 뿐이라는 변이다.

소크라테스의 부인 크산티페는 유명한 악처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내의 처지에서 보면 돈을 벌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아내가 벌어다 준 돈으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행인들을 붙잡고 당시 말도 안되는 철학 이야기나 하고 돌아다녔으니 아내의 귀여움을 받았을 리 만무하다. 그 지경이니 철 좀 나라고 조언을 많이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처가 문화로 집에 딸려 있는 차고를 떠올린다. 차고에는 냉장고, 소파, 티브이, 운동기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 남성들이 차고 인테리어에 신경 쓰는 까닭은 부인에게 혼나고 홀로 지낼 수 있는 마음 편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여성들이 흑인들보다 50년 뒤인 1920년 참정권을 가지게 됐고 이후 100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여권 신장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제임스 본드 역의 숀 코너리는 TV 쇼에서 ‘가정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최종결정은 누가 합니까’라는 질문에 “물론 마지막 말은 내가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그렇게 하구려 여보”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아예 포기하는 게 때로 편할 때가 있지만, 아내의 바가지를 즐기는 남편은 없을 것이다.

산에는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노래가 있다. 그러나 마누라는 잔소리와 바가지가 전부다. 산은 언제나 나를 반겨주며 안아 준다. 산은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마누라는 내가 만능 맥가이버가 되길 바란다. 휴일이면 운동을 핑계 삼아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산으로 훌쩍 떠나는 이의 넋두리이다.

남성의 권리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진 고려, 조선 시대에도 엄처시하의 선비들이 많았었다. 오죽하면 조선 중기 성현은 잡기류 문헌인 ‘용재총화’에서 “아침에 마신 술은 하루의 근심이요, 맞지 않는 가죽신은 1년의 근심이요, 성질 나쁜 아내는 평생의 근심이다”라고 했을까.

그러나 남편이 축첩해도 질투하는 것을 악행으로 여겨 이혼사유가 된다는 칠거지악의 율법까지 만들어 놓은 남자들의 처신이 오죽했으면 악처가 생겨났을까?
일본의 부인들은 대부분 남편에게 순종한다고 알려졌지만, 순종의 가면을 쓰고 무서운 계략을 짜낸 한 여인의 일화가 있다. 대기업 간부인 남편은 술버릇이 고약하고 항상 늦은 귀가와 외박이 잦아 한국의 부인 같으면 일찌감치 사단이 났을 터이지만 아내는 슬기롭게 참아내며 매일 남편의 행동거지를 낱낱이 일기장에 남겼다. 그리고 남편이 퇴직하는 시점에 맞추어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물론 수십 년간의 일기장이 첨부되었고 퇴직금은 부인 몫이 되었다. 일기를 쓰며 순종하는 아내보다 바가지 긁는 아내가 어찌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싸우다가도 때가 되면 다래 향이 그윽한 된장찌개와 함께 저녁상을 준비하는 게 한국의 아내들이다. 철딱서니 없는 남편들이여 바가지 긁는 아내가 있음에 감사하자, 그래서 일 년에 두 번쯤 은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라고 노래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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