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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포드대 교수…"이 시대 최대 도전은 정치·경제 양극화"

오바마 북한 카드 못 쓸듯
중국식 거버넌스 모델 못돼
자유민주주의 대안은 없어
부패 없는 체제로 나가야


냉전이 끝을 보이던 1989년, 미국 잡지에 실린 도발적 제목의 논문 한 편이 세계를 흔들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62) 교수가 쓴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이다. 인류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로 진보의 종착점에 도달했다는 이 논문으로 일본계 미국인인 후쿠야마 교수는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하지만 26년이 지난 지금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이중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후쿠야마 교수를 만났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는 올바른 정책이라고 보나. 

"미국이 아시아에 지속적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재균형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바마는 아직 성공적인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집권 1기에 그 정책을 입안했지만 한동안 방치했었다. 지금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지만 남아 있는 것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정도다. 이것조차 미국과 일본 의회에서 비준이 될지 불확실하다. 아시아 재균형은 아직은 공허한 정책이다."



-오바마가 자신의 마지막 외교적 업적을 쌓기 위해 북한 문제를 꺼내 들 가능성은 없을까.

"북한과 관련해서는 어떤 옵션도 희망적이지 않다. 군사적 옵션은 불가능하고, 제재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협상도 안 통했다. 오바마가 퇴임 전에 북한 이슈를 꺼내 들 것으로 보긴 어렵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오마바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의도적인 무시 아닌가.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사실 정권 교체다. 그러나 외부에서 힘을 가해 정권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 지켜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전략적 인내의 배경에 깔린 논리일 것이다." 

-귀하의 예측과 달리 자유민주주의는 전 세계에서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뭐가 잘못된 것인가.  

"'역사의 종언'에서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은 모든 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니었다. 역사 발전의 종착점은 공산주의라고 마르크스는 예측했지만 나는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결합물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을 뿐이다. 지금도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45년 전인 1970년 당시 전 세계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35개국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10~115개국이 자유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역사의 큰 흐름이 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 특히 지난해에 매우 불길한 조짐이 있었던 것은 맞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나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발호, 이슬람국가(IS)의 등장, 아랍권의 혼란 등 때문에 민주주의의 진전을 기대한 많은 사람이 실망했다. 이 시점에서 이것이 역사의 전면적 퇴보인지 아니면 주가 폭락과 같은 일시적 후퇴인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 다만 장기적 추세는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믿고 있다." 

-능력주의와 일당 독재가 결합된 중국식 거버넌스(국정운영)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식 거버넌스는 78년 이후 매우 인상적으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문제점들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중국식 성장 모델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법치와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에 필요한 동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수십 년처럼 공산당 지도부가 계속해서 올바른 정책을 구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근본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저서에서 이상적인 거버넌스 모델로 덴마크를 제시했는데 왜 덴마크인가.  

"부패 문제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가 덴마크이기 때문이다. 정치 발전이란 측면에서 가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 중 하나가 부패 문제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것은 부패에서 자유로운 체제를 만드는 것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다. 덴마크식 거버넌스는 자유민주주의의 모델이다." 

-지금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입장인가.  

"유일하게 그럴듯한 모델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모델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중국식 체제를 채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 한 정당이 수십 년 동안 지배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겠는가.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체제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외에 다른 대안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

-이 시대의 최대 도전은 정치.경제적 양극화 견해에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양당 체제 때문에 국가적 난제에 대한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총기 규제에서 이민 개혁까지 모든 문제가 다 그렇다."  

-미국의 티파티 운동이나 유럽의 극우파에서 보듯 우파적 포퓰리즘은 날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처럼 좌파적 대중운동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보나.  

"우선 한 가지는 전 세계에서 좌파는 공통적으로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춰 왔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부의 재분배 문제에 집중했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삼아왔다. 그러나 양성 평등, 동성 결혼, 인종, 환경 등 다른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좌파 운동의 관심이 이런 쪽으로 분산되면서 전통적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사회 변혁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좌파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에 비해 우파는 다양한 싱크탱크 등을 통해 자신들의 논리를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을 갖고 있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신인섭 기자

▶후쿠야마 교수는…
1952년 미국 시카고 출생. 코넬대 학사(고전학). 예일대 석사(비교문학). 하버드대 박사(국제정치학). 미 국무부 정책실 차장.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조지메이슨대, 존스홉킨스대 교수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대 교수. 민주주의 기부재단(NED) 이사. 미국 외교협회(CFR) 회원. 일본계 3세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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