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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처럼…데이비드 류는 한인 정치 기폭제

'코리아타운 키즈'시대 연다
K타운은 약점아닌 강점
LA 정치권'한국판'기대

기억이 또렷하다. 물에 빠진 골프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었을 때 그 새하얀 발. LPGA 역사상 가장 길었던 1998년 US여자오픈 극적 우승. 이후 '박세리 키즈(kids)'가 쏟아졌다. 현재 LPGA는 '한국판'이다.

LA시 4지구 데이비드 류(39)의 시의원 당선이 미주 한인 정치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인 정치력 신장의 일회성 꽃이 아닌, '코리아타운 키즈'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LA코리아타운은 미주 전체 한인들의 정서적 한복판이다. 상당수가 이곳을 거쳤고, 생계를 유지하며, 떠났다가도 돌아오면 푸근하다. 그럼에도 많은 한인은 코리아타운을 기피했다. 시끌벅적하고 불안한 치안, 특히 학부모들은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데이비드 류 당선인의 스토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1세 한인들은 그의 당선을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법하다. '애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려면 코리아타운을 떠나야 한다'고 믿어왔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류 당선인이 '코리아타운 키드'였기 때문에 그를 지지했다. 류 당선인이 선거 기간 전면에 내세웠던 것은, 자신이 '코리아타운 키드, 즉 LA시 한복판에서만 자란 아이'였다는 것이다.

"나는 비싼 사립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LA시에서 공립학교만 다닌 '퍼블릭 스쿨 보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4지구에서 줄곧 자란 나의 스토리는 곧 당신의 스토리다. 그런데 나 이상으로 누가 당신들을 잘 대변할 수 있겠는가"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백인과 히스패닉 등 타인종 유권자들이 표를 선사했다. 주류사회와 섞이지 못하는 '떠도는 섬'이라는 한인들의 자기비하적 비판이 무색했다. 다인종 유권자들에게 류는 남이 아닌 '우리 사람'이었다.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20대 때 일자리를 위해 LA로 건너온 그의 경쟁후보 캐롤린 램지도 류의 코리아타운 성장 스토리 앞에선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코리아타운에서 살고, 학교 다니고, 백인.히스패닉.흑인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며 유년.청년기를 보낸 것. 알고 보니 약점이 아닌 강점이었던 것이다.

류 당선인은 코리아타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끄럽게 여길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다인종.다국적인 미국사회에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타운 키즈가 LA시 정치권에 '한국판'을 형성할 미래가 가깝게 보인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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