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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 유지하며 경제성장한 싱가포르가 북한 롤모델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리콴유 타계 땐 '친근한 벗' 조전
1991년 나선특구 때 깊은 인연
북 고위층 수시 방문해 벤치마킹
싱가포르는 북극항로 시대 대비
원산특구 중계수수료 사업 희망


북한은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와 유달리 가깝다. 1975년에 일찌감치 싱가포르와 수교를 맺었다. 지난 3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타계했을 때 박봉주 북한 총리가 전문을 보내면서 '우리 인민의 친근한 벗'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북한은 1991년 12월 나진·선봉경제무역지대(나선특구)를 시작하면서 싱가포르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나선특구의 롤 모델이 싱가포르였다. 그러나 북한은 싱가포르의 속을 보지 못하고 겉만 봤다. 나선특구를 선포하기에 앞서 싱가포르를 여러 차례 답사한 실무진은 싱가포르의 철도·도로·항만·공항 등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귀국 후 사진에 담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다. 당시 이들을 인솔했던 호주 교포 이모(78)씨는 "해외 경험이 부족한 데다 특구에 대한 철학이 없던 북한이 건설 사업을 하듯 나선특구를 만들려고 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문은 열었지만 나선특구는 파리만 날렸다. 특구 건설에 가장 중요한 외국자본을 유치하지 못해서였다. 겨우 조총련 기업 몇 곳만 나선특구를 찾았다.



싱가포르가 성공한 이유는 외국자본 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과감하게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해 관세·법인세를 면제했다. 서구 기업들이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나진특구내 법인세는 14%다. 북한은 자국내 다른 지역의 25%에 비해 11%를 낮춘 것을 특혜라고 선전하지만 법인세를 면제한 싱가포르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개성공단도 법인세는 14%다. 북한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 것 같다. 최영옥 김일성종합대 교수는 두만강국제학술회에 낸 논문에서 "외국투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것은 나선경제무역지대 창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과는 부진하지만 싱가포르를 배우려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싱가포르엔 북한의 인력양성기관인 '조선교류(Chosun Exchange)'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북한 노동당 간부, 중소상인 등을 대상으로 자본주의를 가르치고 있다. 북한의 연합기업소(한국의 대기업) 직원들을 싱가포르에 직접 체험하는 여행도 주선한다. 이들은 싱가포르의 번화한 상점에서 쇼핑도 하고 현지 기업인들과 면담도 한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선교류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최태복 노동당 비서는 '싱가포르 모델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만큼 북한이 싱가포르식 경제개혁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싱가포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권위주의 통치를 기반으로 정치 발전을 억누르고 경제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으로서는 일당독재를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모델이 제격이다. 싱가포르의 지난해 1인당 국민생산량(GDP)은 5만6000달러다. 세계 8위이자 아시아 1위다. 인구 540만 명으로 이런 성과를 냈으니 북한으로서는 부럽기도 할 것 같다. 북한은 인구가 2500만 명인데 1인당 GDP는 겨우 136만원(한화) 정도다.

북한은 그렇다쳐도 싱가포르는 왜 북한에 관심을 가질까. 북극항로 개발이 이유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북극항로가 더 개발되면 중계무역으로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말라카 해협을 통해 세계 해상 무역의 40%가 이뤄지고 있다. 그곳을 통과하던 선박들이 북극항로로 선회하면 수입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북한 원산특구에 관심이 많다. 원산특구의 비행장·항구·호텔 사업 등에 참여함으로써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원산특구가 뜨게 되면 각종 중계수수료를 싱가포르도 챙길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는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20년 후에 실업자 신세로 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원산특구가 당장은 어떨지 몰라도 20년 뒤를 대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외 경제 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 밀고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북한 고위층의 휴식처로도 인기다. 골치가 아프면 싱가포르를 찾는다. 김 제1위원장의 고모 김경희도 2012년 10월 신병치료차 싱가포르를 찾았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싱가포르는 북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고 미국의 간섭도 받지 많아 북한이 편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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