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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잃은 슬픔 극복하려면 '나'를 소중히 여기세요"

배우자 잃으면 애도 반응 정상
2~3개월 정도 되면 정신 추스려

슬픈 마음 방치하는 건 위험
심할 경우 심리 치료 병행해야
좋은 기억 떠올리며 회복 필요
슬플때 중요한 결정은 잠시 뒤로


70대 후반의 한 여성은 남편과 사별한 지 올해로 5년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남편과 함께 잠들곤 했던 침대에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계속 응접실 소파에서 잔다. 깊고 편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지 오래다. 수잔정 정신과전문의는 "정신과에서 배우자를 잃은 후에 보이는 현상은 정신적인 문제(정신질환)로 분리하지 않고 '애도 반응(grief reaction)'으로 따로 구분한다. 그러나 그 기간에 나타나는 반응이 심해지면 우울증세로 구분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그 경계선을 잘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배우자에 대한 '애도반응'은 왜 심해지는가.

"평소 사랑을 주고 아끼던 대상을 더 이상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게 된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그 어떤 것보다도 심하기 때문이다."

-사이가 좋지 않던 부부라면 그만큼 스트레스도 적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서로 사랑하며 살았던 부부보다 그렇지 않은 부부가 죽음 후에 겪는 애도 반응이 더 심한 경우를 본다. 정신적으로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왜 그런가.

"배우자가 죽고 난 다음에 일반적으로 다섯 단계를 거친다. '부인(그럴리가 없어)', '충격(정말 떠났구나)', '분노(나 때문이야)', '우울(모든게 의미없어)', '회복기(죽음 사람은 죽은 것이고 산사람은 살아가야 한다)'로 나뉜다. 이 중 분노 단계에서 '그 때 내가 이렇게만 하지 않았어도 안 죽었을거야'라는 심한 죄책감이 사이가 나쁠수로 더 심하게 찾아올 수 있다."

-정상적인 애도의 반응은 무엇인가.

"위의 다섯단계를 거치는 동안 일시적인 식욕이나 수면 장애(평소보다 적어지거나 반대로 많아진다)가 오고 자신감을 상실하며 모든 것에 의욕이 없어지는데 보통 수일에서 수주일(2~3개월)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정신을 추스린다. 그 후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위의 감정들이 마치 파도처럼 한꺼번에 다 밀려 오기도 하지만 다시 가라앉는 '업앤 다운'이 반복되는 기간이다. 소수의 경우(10%)에는 일시적이기 하지만 죽은 남편 혹은 아내에 대한 환청과 환시 증상이 있다."

-정상적인 애도와 우울증세의 차이는.

"경계선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애도반응은 슬픔이 엄습했다고 해도 자녀를 돌봐야 한다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은 하고 싶어도 기능이 말을 듣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출근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일을 해도 집중력과 능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아야한다. 그냥 '슬퍼서 그런가 보다'하면서 방치할 경우 상태가 더 악화되어 회복이 힘들어 진다."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세는.

"배우자가 떠난지 2~3개월이 지난 다음에도 우울하고 의욕상실감이 매일 들고, 이것이 2주일 동안 지속되고 가사일, 자녀돌보기, 직장 업무 등이 안되면 우울증이다. 이외에 수면과 식욕에 큰 변화가 온다거나 평소 좋아하던 것에 흥미가 완전히 없어지고 사람 만나기가 싫어진다. 남성의 경우는 성욕이 떨어짐을 느끼고 여성은 외모가꾸기에 대한 의미를 상실한다. 이유없이 몸도 아프다. 피곤하고 기억력, 집중력, 결정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가 나타난다. 옆에 있는 가족들이 이를 잘 알아서 빨리 도와주는 것이 환자에게 치료 부분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살도 생각하게 되는가.

"애도반응 자체는 아무리 심해도 자살은 생각하지 않는다. 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해야 할 기본적인 생활은 해나간다. 그러나 우울증으로 넘어오면 일상생활이 힘들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죽음자체에 대해 기억하면서 '나도 따라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더 진전되면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 즉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정신과쪽에서 볼 때 자살시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더 많지만 실제로 이로 인한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더 높게 나왔다. 남성은 그만큼 말없이 현실적으로 계획하고 준비를 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옆에서 잘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계속 강조하지만 사람의 정신상태가 정상일 때는 아무리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목숨과 바꾸지는 않는다. 일단 자살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그 사람의 뇌는 정상이 아님을 뜻한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에게 어떻게 도와줄 수 있나.

"평소 친하던 사람도 배우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잘 찾아가게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속 마음이다. 왜냐하면 도와줄 것이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기력함을 느낄 때 인간은 가장 불편하고 힘들어한다. 그래서 피하게 되는데 이런 상실감에 빠진 사람일수록 곁에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자녀들은 혼자 남은 엄마 혹은 아빠에게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 추스리고 빨리 정신차려요'라는 말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 또 기억나는 물건, 사진을 없애려 하지 말고 되도록이면 함께 좋은 기억을 말로 표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애도에서 회복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 애도기간 중에는 중요한 결정은 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사고기능이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 하는 것이 현명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울할수록 몸을 움직여야한다. 움직일 때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만드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기분전환을 빨리 돕는다."

-전문가로서 조언을 한다면.

"서로 사이가 좋았던 부부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했던 '나'를 이제부터는 좀 더 '나를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사이가 나쁜 부부였다면 죽음은 누구도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인지하면서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도록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배우자 상실에 대한 애도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다. 슬픔으로부터 가장 소중하고 하나뿐인 자신을 학대하지 않길 바란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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