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변신 중…대선 후보도 '무지개 연합'
2016 대선 앞두고 소수계·여성 지지층 외연 확대 나서
"후보 다양성 득표로 연결" 기대감
사회보장 혜택 문제 이슈화 선점도
공화당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6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 이런 변화는 최근 두번의 대선(2008, 2012) 패배로 '백인정당'이라는 이미지 탈피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급성장중인 라틴, 아시안계 등 소수계와 여성표를 얻지 못하면 백악관 탈환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된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지난해 9월 열린 가주 공화당 전당대회의 화두도 '소수계 표 공략'이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한 랜드 폴 연방상원의원(켄터키주)은 당시 행사에 참석해 "'소수계는 민주당 성향'이라는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가주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화당의 이런 행보는 주목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는 대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단 공화당 후보로 나선 인물들의 면면 부터가 관심을 끈다.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한 후보중 소수계, 여성 후보 비율이 역대 선거중 가장 높다. 또 민주당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온 사회보장 혜택 이슈도 선점하려는 모습를 보이고 있다.
*무지개 연합
지금까지 대선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후보는 총 6명.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테드 크루즈(텍사스),랜드 폴(켄터키)등 연방상원의원 3명에 유명 의사인 벤 카슨,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회장과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가세했다.
이중 마르코 루비오,테드 크루즈 의원은 쿠바계이고 벤 카슨은 흑인. 또 칼리 피오리나 후보는 잘 알려진 여성 기업인이다.
여기에 출마를 저울질중인 바비 진달(인도계) 루이지애나 주지사까지 나설 경우 인종 구성은 더 다양해진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CNN은 '공화당 대선 후보는 무지개 연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히려 민주당에서는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포함해 백인 후보들만 나설 가능성이 높다. 대선 후보군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민자 정당','공화=백인정당'이라는 등식이 무색해진다.
존 맥케인이 공화 후보로 나섰던 2008년 대선 당시 공화 후보군중 소수계나 여성 후보로는 외교관 출신의 앨란 키이스(흑인)가 유일했다. 미트 롬니가 최종 후보로 결정된 2012년 대선에서도 여성 후보 1명(미셸 바크만)에 흑인후보 1명(허맨 캐인)이 고작이었다.
이런 후보군의 다양성이 과연 득표력까지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지만 당내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인 론 본진은 "당장의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전제한 후 "하지만 후보군의 다양성이 소수계나 여성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이는 득표에서도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후보군의 다양성은) 계획된 선거전략은 아니지만 공화당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표가 아쉬운 접전 상황에서 소수계, 여성표의 흡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남성 유권자 득표율에서 민주당에 8%포인트 앞선 반면, 여성 유권자 득표율에서는 민주당에 12%포인트나 뒤졌다. 특히 아시안과 흑인 유권자 득표율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 우세를 보인 바 있다.
*사회보장 혜택 이슈 선점
민주당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사회보장혜택 이슈도 공화당 후보들에 의해서 먼저 공론화 될 전망이다. 특히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소셜시큐리티 연금, 메디케어 프로그램같은 사회복지 혜택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줄이려면 차라리 연방의원들이 받는 연금 혜택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영상 출마선언에서 "워싱턴은 그동안 많은 거짓말을 해 왔고, 국민들로 부터 많은 것을 빼았가 갔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정부가 은퇴자들에게 약속한 것을 없애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화당 대선 후보가 사회복지 혜택의 유지 및 확대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진다.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인 켈리앤 콘웨이는 "허커비는 경제 포퓰리즘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 최초의 공화당 대선 후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사회보장 정책에 관한 한 당 내 다른 대선 후보들과는 다른 입장에 서게 됐다고 평가한다.
한국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문제로 시끄럽듯이 미국도 사회보장 혜택 문제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소셜시큐리티 기금의 고갈과 재정적자 확대로 혜택 축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사회보장 혜택의 확대에 부정적이다.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은 사회보장 혜택의 확대가 '큰 정부'를 만들고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낳는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핵심 지지층인 백인 은퇴자들 가운데 상당수도 소셜시큐리티 연금 등 사회보장 혜택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민스럽다.
허커비의 주장에 당내의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공화당 지지그룹의 한 관계자는 허커비의 주장을 '선거용'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또 조지 W.부시전대통령의 정치고문을 역임한 피트 웨너는 "허커비는 왼쪽으로 많이 간 상황"며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말했다. 주요 정치인 가운데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소셜시큐리티 연금 수령 가능 연령을 높이고, 연금도 재산 정도에 따라 지급하자고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지층에 따른 입장차도 있다.
부유층의 지지를 받는 의원들은 사회보장 혜택의 축소를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현상 유지 정도를 선호한다. 공화당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티파티 지자들도 소셜시큐리티 연금이나 메디케어 혜택을 축소하려면 다른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정치 전문가들은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시작되면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특히 플로리다 등 은퇴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화 후보간 논쟁이 뜨꺼워지면 자연스레 이슈 선점의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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