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학의 정석] '단기간 고득점'은 없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될 개정SAT를 앞두고 서울에서는 학원 홍보전이 한창이다. 개정된 SAT를 보는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실험동물(guinea pig)'이 된다며, 지금 현재 예비 9학년이라도 학년 구분없이 기존의 SAT시험을 봐서 끝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올 여름방학에 SAT 학원을 열심히 다녀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 9학년 학부모는 "여름방학에 아이를 캠프에 보내고 가족 여행도 구상하고 있다가 우연히 SAT 학원 설명회를 참석해서 설명을 듣고 나니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너무 불안하다"고 할 정도다.대략 2002년까지 미국에 유학 온 한국 고등학생들이 SAT시험에서 특히 Critical Reading 섹션에서 600점 이상 점수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였다. 일례로, 하버드, 예일 같은 아이비리그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보통 토플에서 600점, CR에서 550점 정도를 받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당시 한인 유학생들에게 CR 600점은 깨기 어려운 불가능의 점수로 인식되었다.
2005년 SAT시험 개정이 이루어지고 나서, 600점 이상 점수가 나오는 유학생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개정됐기 때문보다 SAT 학원들이 많이 생겨난 것도 원인이겠지만,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인터넷의 발달이었다. 칼리지보드가 SAT 시험 문제들을 재사용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나서 SAT시험 문제들이 유출되기 시작했고, 학원가에 유출된 SAT시험 문제들이 유입, 축적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말로 순수하게 실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문제와 정답을 주입시키는 수업 방식의 SAT 학원들이 급증했고, 그에 따라 학생들의 SAT시험 점수가, 실력과 무관하게, 향상된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CR 600점은 그리 높은 점수가 아니라고 인식되는 상황이다. 이게 과연 영어 실력의 향상으로 나오는 점수인지, 학생들이 학원가에서 칼리지보드의 시험문제들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서 나오는 거품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분분하다.
지난 3월 2일자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칼리지보드는 SAT문제 유출 파문들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침묵하지 않고 있다. '시험에서의 부정행위가 의심이 되는데 조사를 제대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미국 캐나다에 국한해서) 시험을 다시 보던지, 아니면 시험 취소를 하고 환불을 받던지, 셋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이메일을 매우 많은 학생에게 발송하고 있다. SAT 시험점수가 나오는 기간이 두 달 걸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상황이 되었다.
SAT 학원들이 학생들에게 권하는 방법 중 하나가 과목별로 공부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날짜의 시험에서 CR, Writing, Math 섹션을 각각 과목별로 집중 공략해 시험을 보고 이중 고득점한 섹션의 점수를 합산해 최고 점수를 만드는 형식이다. UC처럼 '단일 시험일의 최고 점수(highest total score from a single test date)'를 요구하는 대학들에는 어려운 이야기지만, 다른 많은 대학이 서로 다른 날짜의 서로 다른 섹션의 고득점들을 각각 고려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보는 학생들 가운데 각 섹션의 점수차이가 비논리적으로 많이 나는 경우, 예를 들면 CR에서 750점인데 에세이 점수는 12점 만점에 6점 정도일 경우, 칼리지보드는 시험 점수를 알려주지 않고 학생의 선택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발송하고 있다. 칼리지보드는 데이터베이스가 해킹당했다고 생각하고 2016년 3월에 개정판이 나오니 더 이상 대응하지 않고 시험점수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만 무조건 걸러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ACT 역시 시험지 불법유출의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10일자 로이터통신도 그러한 의혹을 강하게 지적하는 보도를 전하기도 했다.
대입 시험에서의 고득점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너무나도 달콤하고 중독성 강한 치명적인 유혹이다. 하지만 여름 방학은 학생들이 스스로 진정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고득점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서 여름방학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학년과 진도에 맞지 않는 공부로 낭비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존김수학강사
마스터프렙/압구정동
Prep101 Academy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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