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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라졌던 물고기와 오리가 돌아 왔다네

김령의 퓨전에세이 562

집 앞 공원엘 가다보니 숲을 밀어내고 새로 집을 짓고 있었다. 집 모양이 요즘 한국 신도시에 짓고 있는 주택들과 똑 같다. 옛날 같으면 집만 보고도 아! 저건 한옥이구나, 저건 일본 가옥이네, 저건 독일식이고, 했을 텐데. 한국 드라마나 뉴스를 보다가 한동안 어리둥절했던 때가 있었다. 상공에서 찍은 사진은 맨해튼쯤으로 생각되고 고층건물 사이의 거리는 뉴욕 번화가 같기만 했다. 간판도 웬만하면 그냥 영어로 쓰고. 내 조국이 이래도 되는 건가 멈칫멈칫 할 때가 많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소멸해 간다. 유기적인 물체나 문화, 민족, 언어, 문명까지도. 그 생명이 다 되면 사라져가게 되어 있다. 사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그 속도가 가공할 만큼 빨라져 가고 있다는 것도 수긍해야 할 사실이 되었다.

어떤 종류의 동물이든 식물이든 하나의 종(種)이 사라져 가는데 과거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었었다. 사라져 가는 대열 마지막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건 아마도 인류일 것 같다. 최근 40년 동안 브라질 열대림에서는 하루에 적어도 4종의 생물이 멸종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멸종의 행진은 자연적인 것도 있지만 인간에 의해서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 더욱 많다고 한다. 인간은 문명이라는 이름과 개간이라는 이유로 생태공간을 파괴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서양식 일변도의 문명을 세우고 있다.

서양 일변도의 모든 문명이 지구 위를 채우고 나면 어떻게 될까? 민족에 따라 시대에 따라 역사에 따라 지역에 따라 나라에 따라 다양한 주택, 다양한 언어, 풍습, 문화들이 꽃피고 그것들이 교류하고 교통할 때 건강한 지구생활이 영위될 텐데 말이다. 종래에는 오랜 세월 지켜왔던 각 민족의 고유한 정신적 가치도 사라지고 모두 서양식의 의식을 가진 인간들로 변하고 말진 않을까, 두려운 일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우세한 언어 몇 몇 이외에는 다 사라져갈 것이다. 불과 수백 년 사이에 1천 종류 이상의 부족언어들이 그 실체를 파악하고 보존 작업을 끝내기도 전에 사멸되어 왔으며 그 과정을 제대로 아는 이조차 없다고 한다. 언어든 생체든 공존하는 다양성에서 균형이 깨어질 때 사멸은 빠른 것이다.

몇 년 전 일본의 유명한 여류작가 반도 마사코가 자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세 마리가 낳은 새끼들을 동네 벼랑으로 데려가 던져 죽였다고 하면서 개와 고양이에게 피임수술을 해주는 것이나, 낳자마자 죽여 버리는 것이나 똑같은 일이라는 내용의 글을 신문에 올리자 비난의 소리가 비등했었다.

중학생 때 읽었던 트르게네프 산문시에 ‘신은 벼룩의 뒷다리가 얼마나 길면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다‘는 구절이 있었다. 신은 자신이 창조한 것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양성을 잃고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이런 아슬아슬한 때, 인간이 신이라도 된 듯 타자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얼마나 외람된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요즈음 고국의 멸종 생물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못 보던 물고기, 못 보던 오리가 돌아온다는 얘기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것들이니 아마도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생존했던 것들인가 보다. 안도의 숨을 조금 쉬게 해준다. 희망이 조금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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