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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때도 당했는데…" "하룻밤 35만 달러 털려"

볼티모어 한인 피해업소 현장 르포

"해머로 점포 문 부수고 침입
비싼 양주만 쇼핑하듯 약탈"


2일 정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 있는 상점가. 이곳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60대의 한인 업주가 옆의 신발가게인 '스위트 16'에 급하게 들어와 말을 꺼냈다. "(가게 철문을 내릴) 준비를 해. 어떻게 될지 몰라."

그러자 현금인출기 옆에 서 있던 한인 업주 강모(51)씨는 "형님 난 다 준비했어요"라며 손으로 계산대 아래를 가리켰다. 권총을 준비했다는 얘기다. 그는 "경찰에 물었더니 상점 안에선 내 생명 보호를 위해선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 호송 과정에서 사망한 뒤 지난달 27일부터 대규모 시위와 약탈이 벌어지며 대형 잡화점과 편의점이 불타는 장면이 전세계에 보도됐던 곳이 바로 이 일대다. 이날도 이 거리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었다. 하늘 위에는 낮게 비행하는 경찰 헬기의 굉음이 이어졌다. 30여m 옆에서 '홉킨스 뷰티 서플라이'를 운영하는 방인철씨. 그는 가게 앞 도로에 차를 세운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 방씨는 "죽은 프레디 그레이와 쌍둥이 여동생은 우리 가게의 고객이었다"며 "LA 폭동 때 당했는데 여기 와서도 폭동을 겪는다"고 말했다. 1992년 LA 폭동사태 때 방씨는 건물 관리인이었다. 그가 담당한 건물엔 아버지와 장인의 가게가 있었는 데 모두 털렸다. 방씨는 "시위대가 오면 가게 문을 닫고 차 안에 들어가 가게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방씨는 약탈이 벌어졌던 지난달27일 바로 이 자리에서 시위대를 맞았다. "시위대가 돌을 들고 몰려와 차 안에 몸을 숨겼다. 몇 명이 바깥에서 유리창에 코를 대고 들여다 보기에 차 안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더니 그제서야 그냥 지나갔다."



바로 옆 가게인 '뷰티 포인트'는 그날 밤 완전히 털렸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닥엔 깨진 화장품과 미용 도구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진열대 유리는 조각조각 깨져 있었다. 현금인출기는 박살난 채 가게 한곳에 쓰러져 있었다. 이곳의 한인 업주 정지호씨는 "하룻밤 만에 35만 달러가 사라졌다"고 허탈해 했다. 약탈범들은 정문의 철문을 뚫지 못하자 건물 내부의 뒷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정씨는 다음날 낮에 뒷문을 용접해 출입을 막았지만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메릴랜드주 정부에 따르면 이번 폭동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는 200여 곳이다. 이중 한인업소는 확인된 숫자만 40여 곳이다.

40여분후 '올 나잇 올 데이'를 외치는 시위대 300여 명이 도로를 따라 내려왔다. '우리는 밤과 낮 내내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는 구호였다. 시위에 참여한 40대 흑인 여성 캐시 베넷은 "흑인들은 집도 직업도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데 정부는 하는 게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낮시위는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검찰이 프레디 그레이의 사망에 관련한 경찰 6명을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차로 20여 분 떨어진 주류 소매점 '킴스 리커'에서 만난 이한엽씨는 가게 문을 열고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게 앞엔 약탈당할 때 깨진 술병 조각들이 그대로였다. 이씨는 "약탈 다음날 아침에 와보니 점포 안엔 미처 들고 가지 못한 술병을 담은 쇼핑백이 구석에 놓여 있었다"며 "쇼핑하듯이 가져 갔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주는 가게 CCTV 화면엔 해머로 점포 문을 부수는 약탈범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씨는 "맥주처럼 값싼 술은 그대로고 비싼 양주만 들고 나갔다"며 "약탈범들이 훔친 양주를 팔게 분명해 앞으로 3개월은 장사가 거의 안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2년 전 이 가게를 인수했던 그는 "좀도둑은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다음엔 총을 들고 가게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볼티모어=채병건 특파원,

워싱턴중앙일보 허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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