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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 깨나 '봄 조심' 감정 기복 심해져…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 인터뷰

자살률 높은 잔인한 봄 철
정신과에선 "봄 조심 할 것"
감정 과다한 조증 증세 주의
우울증 못지 않게 위험해
조울증은 꼭 약물 치료해야
충분한 수면 취하는 것 필요


요즘 같은 봄철엔 정신과 병원은 어느 때보다 바쁘다. 일 년 중 3~4월에 우울증과 조울증 발생이 가장 많고 특히 조울증의 경우는 증세가 악화되기 쉬운 시즌이기 때문이다.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봄학기가 시작되면서 대학생들의 자살 관련 신문기사가 부쩍 올라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좋은 봄인데 왜 정신적인 문제들은 오히려 많이 드러나는지 들어 보았다.

- 실제로 봄철에 자살률이 높은가.

"가깝게 지난해 봄학기 미국 대학생 자살사건을 살펴보면 하버드대학에서 4명, 코넬대학에서 3명의 연쇄자살, 예일대생의 자살사건, 시라쿠스 대학에서 4명의 자살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평소보다 봄철에 자살하는 건수가 2배 정도는 더 많다고 본다."



- 봄과 정신질환과 무슨 연관이 있나.

"엘리어트 시인이 '황무지'라는 시에서 읊었듯이 '잔인한 달'이 4월이다. 이유는 겨울 동안 죽은 듯했던 기운들이 다시 살아나 에너지가 가장 충만하기 때문이다. 빛이 강하면 상대적으로 어두움이 짙은 법이다. 이 같은 에너지가 물론 인간에게도 특히 두뇌에도 작용한다. 따라서 평소 두뇌 작용이 정상인 사람은 중심을 잡지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 같은 자연의 외부 에너지에 쉽게 자극을 받는데 우울증의 경우는 찬란한 에너지(생명 에너지)에 비교해 너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더 큰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이치다. 한편, 조울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조증이 다시 재발되기 가장 쉬운 철이다. 그러나 너무 우울하든 반대로 너무 익사이팅하든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조절이 안 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그래서 정신과에서는 '봄조심'이란 말들을 하는 것이다."

- 조울증은 다소 생소하다.

"머리 좋은 대학생들에게 조울증이 생각보다 많다. 전체적으로 침체되는 우울증세와 정반대인 너무나 에너지가 넘쳐나는 조증 증세가 번갈아 나타나는 뇌질환이다. 사춘기와 20~30대에 많이 나타나고 봄철에 대부분 증세가 악화된다. 임상경험이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그래서 봄이 되면 미리 예방을 위해서 감정 안정제의 복용량을 조금 올려 재발을 방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면담 횟수도 늘려서 평소보다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간혹 주변에서 타주에서 대학에 다니는 자녀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할 경우 주로 봄학기라면 이 경우에 해당될 때가 종종 있는 걸 알 수 있다."

- 조증 증세는 어떤 건가.

"말 그대로 봄의 넘치는 에너지에 자극받아 과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또 쉽게 흥분하고 잠을 안 자고 밥을 안 먹어도 에너지가 넘쳐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쉴새없이 일을 저지른다. 생각과 말이 너무 많아진다.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라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대인관계에서도 쉽게 다툰다. 갑작스레 여행을 떠나려 한다거나 크레딧 카드로 마구 샤핑을 한다거나 술과 약물을 과도하게 하는 등 비정상적인 돌발 행위를 하게 된다. 이것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 예를 들어 폭력적 행동으로 경찰과 마찰을 일으켜 체포되면 감옥에 가든지 아니면 병원에 입원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봄학기 대학생들의 여러 자살 케이스 뒤에는 우울증 못지 않게 이 같은 조울증의 조증 증세에 기인할 때가 많다."

- 그럼 우울증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울병의 3가지 특징은 '이젠 다 끝났다(절망감)', '어떤 것도 할 힘이 나에겐 이젠 없다(무기력감)', '나는 아무 쓸모없는 인간이다(무가치감)' 인데 이같은 증세들이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지금과 같은 봄철에 상대적으로 크게 스스로를 억압해 와서 좋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방안에서 커튼을 굳게 내린다거나 외부 출입을 하지 않거나 물론 사람 만나기도 피하면서 스스로 고립해 버리는 것이 심해진다.

무력감이나 절망감, 무가치 감이 2주일 동안 지속될 경우는 증세가 심하다는 사인이므로 조속히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헤어나지 못하면 선택하는 것은 역시 세상과의 인연을 끊어 버리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둘 다 유전성인가.

"모든 병이 그렇듯이 사람마다 태어날 때 서로 다른 특성(강점과 약점)을 이미 갖고 있다. 이걸 유전성이라 하는데 주변이 잘 돌아갈 때는 대부분 드러나지 않고 정상이나 어떤 자극적인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증세로 표면에 떠오르게 된다. 뇌질환은 새롭게 생겼다기보다는 많은 경우 이미 잠복해 있다고 봐야 한다. 에너지 충만한 봄이라고 해서 모두가 우울해진다거나 조증이 되어 쉽게 흥분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

- 치료는 어떻게 하나.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다행히 약물 치료 효과가 좋다. 조울증의 경우 반드시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상담만으로 약을 먹어야 할 시기를 놓침으로써 증세가 악화되는 걸 많이 봤다. 특히 조증은 스트레스가 많을 때, 흥분할 일이 생겼을 때, 낯선 곳에 여행을 했을 때, 도박장에서 도박을 한다거나 할 때 재발이 잘 되는 것으로 임상 결과 나타났다. 또 약을 중단하거나 수면이 부족할 때 재발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 우울증의 경우도 약물과 상담을 함께해야 한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는 사람을 피한다거나 외부와의 접촉을 하기 싫어한다면 주의 깊게 살펴 봐야 한다. 우울증과 조울증 모두 심할 때에는 망상적 생각을 동반하기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다."

김인순 기자

감정 조절하려면 생각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자신이 어떤 성향(성질)을 갖고 있는지 평소에 알면 도움이 된다. 다음은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집착적이라면 좀 더 진취적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의존적이라면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떨치고 탐험정신을 가져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기연민에 쉽게 빠진다거나 자신과 세상에 비판적인 성향이라면 다름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포용해 보려고 '마음의 그릇'을 조금씩 넓혀 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울한 느낌이 밀려 올 때는 굳이 부정하거나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인다. 우울을 느끼되 그 포로가 되지 말라는 뜻이다. 우울감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걸 우선 믿어라. 컨트롤 할 수 없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라.

▶이런 태도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예방할 뿐 아니라 자동차 정비가 필요하듯이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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