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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쓰는 아이들, 부모와 ‘밀당’<밀고 당기기> 속에 쌓이는 신앙

디지털 기기 익숙한 아이들
성경 쓸때 만큼은 잠시 '안녕'

집중력·신앙심도 좋아져
성경 노트만 벌써 여러권
킨더부터 중학생까지 참여
부모와 자연스레 신앙 얘기도
아이들이 '스마트폰' 대신 '연필'을 잡는다. 손으로 직접 성경을 쓰기 위해서다. 손글씨는 테크놀로지와 밀접한 요즘 세대에겐 전혀 익숙한 일이 아니다. 성인에게도 힘든 성경쓰기를 아이들이 한다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성경을 쓰는 시간에 스마트폰, 태블릿 등과는 잠시 거리를 둬야 하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그만큼 젊은 세대가 테크놀로지에 잠식돼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LA지역 사랑선교교회가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성경 쓰기 교육을 실시해 화제다. 최근 성경을 쓰고 있는 학생들과 부모들을 만나봤다. 그들의 '좌충우돌 성경쓰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성경쓰는 거 재미있어?".

션 강(4학년·모리스초등학교) 군의 답변은 솔직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재미없어요. 손 아퍼요"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 성경 쓰기를 시킨 엄마가 있어서 그런지 말투는 다소 퉁명스러웠다.



그럼에도 자랑스러운 건 있나보다. 션 군에게 "노트 좀 보여달라" 했더니 그동안 영어로 써온 노트를 하나씩 펴서 보여줬다. 유치원 때부터 모세5경(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을 썼으니 션 군의 성경 노트는 양이 꽤 된다. 글씨를 보니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쓴 흔적이 묻어났다.

션 군의 형 토니(7학년·렉싱턴중학교)는 이미 지난해 교회에서 성경쓰기 상을 받았다. 사랑선교교회 주일학교 최초의 수상자다. 토니 군은 동생보다 먼저 모세5경을 다 썼다. 지금까지 쓴 성경 노트만 5권이 넘는다.

2010년 개척한 사랑선교교회는 유년부 부터 중등부 까지 20여 명 남짓한 작은 주일학교를 운영한다. 지난해 토니 군을 필두로 이번 달에는 동생 션과 송지나(8학년·밀리칸중학교), 에이시어 장(6학년·밀리칸중학교) 양 등이 모세5경의 쓰기를 마치게 된다.

요즘은 성경 쓰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다. 아니, 거의 희귀할 정도다. 신앙적 연륜과 함께 나이가 지긋한 '장로님' 또는 '권사님'이 아니고서야 성인들도 쓰기 힘든 마당에 아이들이 성경을 쓴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그것도 한인 2세들이 말이다.

지난해 상을 받은 토니 군 역시 동년배 사이에서 특별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토니 군은 "일단 요즘은 크리스천 학생이 많이 없다. 게다가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 조차 성경 쓰는 것을 '희한하다'고 말할 정도"라며 "아마 학교에서는 거의 나 혼자 성경을 쓰는 것 같다"고 쑥스러워 했다.

에이시어 장 양의 경우 지난 2011년 부터 신약을 위주로 성경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와 약속을 정하고 이틀에 한번 씩은 꼭 쓰려고 한다. 성경은 각 장의 길이에 따라 쓰는 시간은 다르지만 보통 30분~1시간은 집중해서 써야 한다.

에이시어 양은 "구약에서 80구절이 넘는 장을 쓰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애를 먹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아담, 이브, 모세 같은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쓸때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쓰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송지나 양은 일주일에 성경을 3장 이상 쓰기로 결심했다. 만약 못 쓸때는 토요일에 밀린 성경을 모두 쓴다. 그렇게 성경을 써온 지 2년 반이 넘었다. 지나 양은 인터뷰를 한 학생들 중에 가장 학년(8학년)이 높다.

"언제까지 쓰겠냐"고 물었다.

지나 양은 "한동안 제대로 못써서 엄마에게 혼난적 도 많이 있다"며 "아무래도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못쓸 것 같다. 지금 쓸 수 있을때 열심히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경쓰기는 부모와 자녀가 자연스레 신앙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된다. 성경을 쓰면서 힘들었던 부분, 성경의 궁금한 점 등을 같이 나눈다. 때론 아이들이 '땡땡이'를 칠 때는 부모와 '밀당(밀고 당기기)'도 하며 추억을 쌓아간다.

켈리 정(지나 양 어머니) 씨는 "아이가 레위기를 쓸 때 '제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예배에 대한 의미도 알려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또 목사님의 설교 본문이 자기가 성경을 썼던 부분에서 나오면 스토리를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추억, 할머니와 가정예배 드리던 그 때…

신앙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아이들 시간 관리도 배워


인터뷰를 한 학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너무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성경을 쓸 때 조차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등 디지털 성경을 보며 글씨를 쓸 정도다.

성경 쓰기 교육은 어느정도 ‘강제성’은 있지만, 신앙교육은 교회가 아닌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야 한다는게 부모들의 생각이다.

캘리 정(지나양 어머니) 씨는 “요즘은 웬만한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하나씩 다 갖고 있다보니 게임과 인터넷 등에 노출이 많이 돼있어 우려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나도 어렸을때 할머니와 3년간 가정예배를 드렸는데 그땐 몰랐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보니 가정에서의 교육이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특히 요즘처럼 재미있는게 많고 인터넷의 홍수 시대속에 아이들이 잠시라도 하나님과 시간을 갖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성경 쓰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성경쓰기는 자녀들에게 시간관리와 책임감의 관념을 심어주는 데 유익하다.

서니 강(토니·션 어머니) 씨는 “성경을 쓸 때 만큼은 집중력을 위해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다”며 “처음에는 일주일마다 분량을 정해주고 쓰게 했더니, 이제는 아이들이 직접 시간 관리를 하는 능력도 생겼고,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자제력도 생겼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성결혼, 진화론 등 학교에서 배우는 부분과 교회에서 배우는 것이 서로 상충되서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 교육과 학교 교육의 괴리를 좁히기 우해서는 우선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양소영(에이시어 양 어머니) 씨는 “애들을 키우다 보니 학교 교육이 꼭 전부는 아니더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성경을 읽고 쓰면서 조금이라도 하나님을 생각하고 알아갔으면 좋겠다. 부모는 자녀가 교회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성경을 계속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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