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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Story] 문학하면 돈이 생기나요?

이승희·시인

지난달 봄 문학 세미나에 초청 강사로 오신 시인과 함께 헌팅턴 라이브러리를 방문했다. 휴일이라 관람객 중에는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온 듯한 학생들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름 모를 희귀한 꽃들과 나무들 이곳저곳에서 봄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즐거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과 어른들이 공유하는 생기 넘치는 문화 현장이었다.

라이브러리에는 영국 시인 매리 셸리와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과 시작 메모를 했던 작고 두터운 노트가 유리 상자 안에 전시돼 있었다. 그 앞에서 신기한 듯 물어보는 손자의 질문에 자상하게 시와 시인에 대한 설명을 하던 할아버지, 또한 곁에서 할아버지의 설명을 열심히 듣던 서 있던 손자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꼭 한번은 손주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기로 다짐했다

오래전 어떤 분으로 부터 받았던 질문이 문득 문득 떠오른다.

"문학하면 돈이 생기나요?"

남녀공학 중학교 국어교사 시절을 돌이켜 보면 지금도 학생들의 순수했던 심성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 진다.

비가 오거나 온 교정에 가을 빛이 완연할 때,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은 수업을 미뤄놓고 학생들에게 전날 읽었던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사랑에 관한 시를 읽어주곤 했다. 해맑은 눈을 반짝이며 소설 이야기와 시를 듣던 대부분의 아이들은 감동하며 울기도 했다. 학생들 메모장엔 서투른 시가 쓰여 있었고 교사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도 담겨있었다.

함께 울고 웃었던 철없고 엉뚱한 국어 선생을 사랑했던 티 없이 맑고 순한 아이들과 보낸 그 시간의 앙금들이 문학 앞에 나를 붙잡아 앉혔다.

거의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비극적 시인이며 소설가였던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가 지난해 한국어 번역판으로 출간되어 서점에 나왔다. 600쪽이 넘는 작품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번역되기를 기다리던 시간을 보상받은 듯 기뻤다.

실비아 플라스는 매사추세츠주 노스앰톤시에 있는 미국의 명문여대 스미스대학 출신이다. 1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캠퍼스 가운데 명소는 닐슨 도서관. 바로 이 도서관이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기념관이기도 하다.

닐슨 도서관에는 그의 일기 원본이 소장되어 있다. 영국의 계관 시인 테드 휴즈의 부인이기도 했던 그들의 사랑과 헤어짐은 당시 영국과 미국 문학계 최고의 파문을 일으켰었다. 1932년에 태어나 1963년 두 자녀를 남긴 채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시인이었지만 그의 작품은 영미 문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마다 그곳에서는 실비아 플라스를 주제로 한 문학 강좌와 다양한 행사가 열려 스미스대 방문자 중 많은 수가 그녀의 소장품을 보기 위해 닐슨 기념관을 찾는 관광객이라고 한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은 셸리와 디킨슨, 31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플라스의 작품이 그곳에 있을 것이다. 이 작품들은 할아버지의 설명을 잘 듣던 소년의 가슴에,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 시인의 가슴에, 그리고 문학을 꿈꾸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남아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꽃의 물결과 나무의 그림자,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만물이 문학의 근원이며 희망이다. 고통은 문학의 부싯돌이다.

비록 돈은 생기지 않지만 문학의 불이 꺼지지 않는 한 글을 쓰는 그 자체의 즐거움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영혼을 맑게 하는 신의 은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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